대사 빼고 노래·춤 ‘중무장’
서정·역동성 돋보인 감동

한국의 공연예술계에서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간다는 말은 이제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혹자는 뮤지컬의 범람이 한국 연극을 망치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하지만, 뮤지컬도 그 나름의 매력을 지닌 공연예술이므로 그것이 상업주의의 물결을 타고 관객 취향을 바닥 쪽으로 끌어내리고 있지 않다면 그리 개탄만 하고 있을 것도 없다.

오늘날 뮤지컬은 영국 런던의 이스트엔드와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거점으로 삼아 노래와 춤이 점차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반주음악과 무대미술이 날로 화려해지면서 문학성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춤과 노래가 있음직한 상황을 좇다보니 대도시의 뒷골목이나 환락가처럼 주로 섹스와 폭력이 펼쳐지는 무대가 하나의 주류를 형성해온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와 같은 추세에 대한 일종의 반동이랄까, 문학성의 수준을 높게 유지하면서 음악과 무용을 고급화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 지방의 유태인 추방의 비극을 다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나 나치 점령의 비극적 상황을 정감 있게 그린 ‘사운드 오브 뮤직’,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레 미제라블’,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화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이 그러하다.

그러던 중 프랑스 뮤지컬이 한국의 객석을 파고들고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와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 좋은 예가 된다.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은 연극적인 대사가 거의 사라지는 대신 노래와 춤이 좀더 전문화된 점이다. 남녀 주인공들이 춤추면서 노래해야 하는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면서 가창력이 중시되고 무용수들도 전문적인 춤 동작들을 구사해가면서 전체적으로 좀더 역동적이고 감동적인 장면들을 만들어간다고나 할까.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극본에 기대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극 진행에 속도를 붙이는 한편, 서정성과 역동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와 비교할 때 시각적인 요소들이 다소간 부족하고 무용동작들이 다채롭지 못해 부분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양자는 많은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는 종교적인 깊이마저 살려내는 장점을 지닌다. 로미오를 따라다니는 죽음을 상징하는 무용수의 설정도 그러하거니와 양가의 기성세대들과 이를 조건 없이 답습하는 청년세대들의 아집이 드디어 사랑하는 남녀를 희생의 제물로 바치고 마는 비극을 겪으면서 참회하는 강도가 아주 짙게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 합창의 가사는 아주 은유적이면서 감동적이다.

“사랑,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네/ 사랑한다는 건 한없이 높이 올라/ 새들의 깃털을   만지는 것.”

이미 우리나라 창작뮤지컬 중에선 ‘명성황후’가 이와 같은 유형이다. 거기서도 대사가 과감하게 정리된 채 노래와 춤이 반주음악과 무리 없이 연결되면서 박진감을 살려낸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작뮤지컬은 문학성이 턱없이 모자라는 중에 상투적인 상황들을 전개시키며 관객들을 자극하는 데 급급하고 있어 오히려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오히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와 같은 소극장 뮤지컬이 규모에 비해 짜임새가 있으면서 인간적인 가치를 느끼게 함으로써 따뜻한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에 주목해볼 만하다.

창작뮤지컬 진흥정책이 운위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성과를 내실 있게 성취해낼 기초인력 배양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cialis coupon free discount prescription coupons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