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서울여성영화제 상영작 발표
소외된 소수여성 다룬 특별전 “눈에 띄네”
29개국 100편 상영…‘청소녀 특별전’도
서울여성영화제의 변화는 개막작에서부터 읽을 수 있다. 브라질 감독 타타 아마랄의 ‘안토니아’는 상파울루 변두리에 거주하는 4명의 흑인 소녀가 힙합 그룹 ‘안토니아’를 결성하고 뮤지션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 상파울루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호응을 얻었다. 영화제 측은 “‘여성영화는 대부분 감성적인 멜로드라마이며 여성의 상처와 극복이 주내용’이라는 기존 여성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작품”이라면서 “힙합음악과 대중적인 서술기법으로 관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대중과 호흡하는 영화제를 만들겠다는 조직위의 의지와 부합하는 작품이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타타 아마랄 감독은 영화제 기간 중 내한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 개막작인 타타 아마랄 감독의 '안토니아' |
국적, 인종, 연령이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다각도의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는 특별전들이 올해 영화제의 특징. 트랜스젠더와 레즈비언이 주인공인 영화들을 소개하는 ‘퀴어 레인보우’ 섹션은 로제 트로셰, 제이미 배빗, 모니카 트뢰트, 셰릴 두니예 등 레즈비언 감독들을 여성영화의 계보에 끌어들여 여성영화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하는 영화제 측의 노력을 반영한다. ‘이주여성 특별전’은 결혼과 취업을 위해 타국으로 이동,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이주여성의 문제가 외국인 노동자 40만 시대를 맞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제국과 지역의 남성중심적 유착관계와 그 속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고발하는 ‘제국과 여성’ 섹션에선 아프가니스탄 첫 총선에서 최연소 의원으로 선출된 말라라이 조야의 총선 출마 일정을 기록한 작품 ‘행복의 적들’이 눈에 띈다. 특히 말라라이 조야가 직접 방한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행복의 적들’이란 주제로 ‘쾌걸여담’에 참여한다.
‘청소녀 특별전: 걸즈 온 필름’에선 10대들이 직접 만든 영화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선배 여성감독들의 시선을 담은 작품들을 함께 상영한다. 이를 통해 성정체성 찾기, 왕따문화, 마약, 임신과 육아, 종교적 갈등 등 현재 전세계 10대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엿볼 수 있으며 대중매체의 소비자나 대상이 아닌 적극적인 생산자로서의 10대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세계 여성감독들의 최신작을 소개하는 메인 섹션 ‘새로운 물결’에선 이름이 낯선 신인 여성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상영된다. 낯익은 이름은 베라 히틸로바와 이란 뉴웨이브 세대 감독 타흐미네 밀라니 정도. 특히 26편 중 국내 작품이 8편에 이르러 새로운 여성작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영화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극장 개봉 영화 중 여성감독의 영화는 1편일 정도로 우리 여성감독의 활동이 부진했다”면서 “다각도의 연구를 거친 후 내년에 ‘살찐 한국영화, 빈약한 여성감독’을 주제로 한 포럼을 열 예정“이란 계획도 밝혔다.
한편 ‘여성영화 공동체’ 섹션 작품 중에서 시상해온 ‘여성신문상’은 여성신문이 매년 주목하는 특별전으로 대상을 변경했으며 올해엔 ‘청소녀 특별전’ 중 작품을 선정, 2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