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보자기는 우리민족 문화 상징물

작은 박물관이라도 기획전시를 하려면 적어도 석달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기획안은 그 전부터 내놓아야 하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박물관도 4월 전시를 위해 지금부터 촬영을 하고, 도록에 낼 논문을 준비하는 등 위원들의 머릿속이 분주하다. 이번 봄에는 보자기전이 열린다. 태어났을 때 태아를 싸는 강보부터 시작해 삶의 순간마다 보자기가 등장한다. 물건을 싸서 들고 가기도 하고, 보관하기도 하고, 덮어 놓기도 하고, 종교적인 의식에 쓰이기도 한다. 여자들의 침선의 재주와 노역이 들어간 조각보는 자투리 천을 잇대어 만든 알뜰한 재활용 수예품이기도 하면서 그 아름다움과 지혜가 빼어나다. 옛 조각보의 면 분할과 색조는 몬드리안의 컴포지션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감각도 돋보인다. 또 조각보는 혼자만의 작업이기도 하지만 공동 작업이기에 더욱 소중한 면이 있다.

요즘에야 선물을 포장하는 합성섬유 보자기가 하도 흔해 귀한 줄 모르지만 보자기야말로 가볍고, 유동성이 뛰어나고,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목민의 생활 패턴과 닮아 있다.

우리 민족의 문화가 유목민과 농경민의 특색을 모두 겸하고 있다는 것이라는데 보자기야말로 그 상징적인 물건이 아닐 수 없다. 수놓은 보자기를 덮어 놓으면 옷장을 대신할 수도 있었고, 혼례에 쓰는 보자기는 축복의 기원이 들어 있었다. 무게와 부피가 거의 없는 가벼움이 변화와 상징을 내포하고 있으니 더욱 의미가 깊다.

나에게 잊지 못할 일이 있었다. 가까운 친구인데 자기 할머니의 백수 잔치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아무리 친구라도 남의 집안 백수 잔치에 가도 되나 하며 망설이다가 가게 되었는데 그 잔치가 정말 훌륭했다. 할머니가 손수 모은 조각보를 잔칫집 입구에 전시해 놓았는데 백수 할머니의 재주 자랑이라고 보기엔 너무 대단했다. 내가 감동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더니 자기 할머니는 조각보가 예쁘다고 칭찬해주면 또 만들어 선사해주신다고 했다. 그 건강과 넉넉한 마음씨에 절로 존경심이 우러났다.

지금도 백수 할머니는 조각보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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