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국편-상
전시회 거리에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산업적 선진성을 과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1851년 세계 대박람회(The Great Exhibition)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던 런던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 of London)이 있고, 로마네스크 양식의 수려한 외벽을 자랑하며 진화생물학자인 찰스 다윈과 그의 불독인 헉슬리의 조상을 선보이는 런던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이 있다. 또 과학기술이 스며든 화려한 산업적 예술품을 전시하며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기억하게 하는 빅토리아와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도 있다. 첨단과학 연구와 교육의 메카로 부상한 런던대학교 임페리얼 칼리지(Imperial College of London)가 런던 과학박물관 바로 뒤편에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1857년에 가건물로 세워졌다가 1876년에 과학박물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한 런던 과학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6층의 전시공간에 모두 30만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박물관의 중심’이자 세계 최고의 과학박물관이면서 동시에 체험형 과학센터이기도 한 이곳은 최근에 현대적 예술 감각을 도입하여 리노베이이션을 마친 본관, 웰컴재단(Welcome Trust)에서 지원하여 운영하는 의학 및 생명과학 전문관인 웰컴 윙(Welcome Wing)관, 그리고 2003년에 생긴 성인만을 대상으로 한 다나센터(Dana Center)로 구성되어 있다.
▲ 과학박물관 뒤쪽 임페리얼 칼리지를 지나서 마련된 18세 이상 어른들의 공간 ‘다나센터(Dana Center)’의 포스터. 다나센터에서는 흥미로운 과학 주제에 대해 강연과 토론 등이 이뤄진다. |
바로 옆의 ‘우주(Space)’ 전시관에는 거대한 로켓엔진에서부터 우주 관련 장비가 전시되어 있는데, 영국 최초의 우주인인 여성과학자 헬렌 셔먼(Helen Sharman)의 거대한 브로마이드 사진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펼쳐져 있다. 지난 연말 우리나라에서도 2명의 우주인 후보가 선정되었듯 영국에서도 우주인 배출 사업이 이루어졌는데, 과학교육 활성화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1파운드 기부운동이 함께 전개되기도 했다.
지하 1층에는 어린이들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별도의 체험공간인 ‘발사대(Launch Pad)’와 ‘정원(Garden)’이 자리하고 있다. 선명한 색감을 살리고 사용하기 쉬운 기구를 배치하여 마치 어린이 놀이터를 연상시키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과학적 원리를 체험하는 데 푹 빠져든다.
20세 이상을 표방한 다나센터는 과학자들과 성인들이 먹고 마시면서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언스 카페(science cafe)’를 운영하며, 생생한 실험을 곁들인 과학 행위연극인 펑크 사이언스(Punk science)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과 예술의 접목을 실현하고 있다.
▲ 연극에 과학실험을 접목한 ‘펑크 사이언스’ 프로그램의 포스터. |
런던 과학박물관은 지난해부터 무료 입장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첨단 과학의 발달과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인지(awareness)’는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기본적 소양으로 마땅히 정부가 공공재인 과학문화를 널리 개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매년 정부로부터 받는 운영비 2500만파운드(약 500억원)로는 재정이 충분치 않다. 이미 영국통신회사(BT), 영국가스사(BP),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사, 아디다스사, 일본 도시바사 등과 협력하여 기업관을 운영해 왔지만, 입장 수입이 감소한 현재는 더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런던 과학박물관은 별도의 팀을 구성해 세계적인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 형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 다나센터가 운영하는 ‘사이언스 카페’. 다과와 함께 과학을 주제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
런던 과학박물관이 전략적으로 기업체를 찾아 나서고 퇴직한 과학자들을 자원봉사자로 불러내면서 극장과 쇼핑센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나가 홍보지를 배포하는 것은 늘 시대를 앞서 갔던 경험에서 나온 현명한 몸부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