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타던 여직원 이젠 임원
견딜때 까지 견뎌낸 노력 결실

15년 전 처음으로 산업교육계에 발을 디뎠다. 주로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나의 청중이었는데, 교육의 주제는 이미지 메이킹, 전화 받는 법, 고객 응대법, 상사 보필하기 등 남성적 조직문화를 지원하는 여성의 역할들로 일관됐다. 이따금씩 ‘프로의식’ 등의 특강들이 있었지만 대개 이것 역시 어떻게 하면 ‘프로답게 일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면 ‘업무 서포트를 잘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금은 어이없게 들리겠지만 한때 증권회사 여직원들이 커피 타는 법이란 예절교육을 거부해 남성 임원의 노여움을 사 단체로 혼이 난 일화도 있었다.

2007년 오늘 여성들의 일터는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여성 임원이 나오는가 하면, 여성인력이 30% 이상인 기업도 늘고 있고, 기업의 책임자들은 여성인력을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육성할 것인가에 주목한다.

기업의 여성인력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면서 지난 15년간 ‘커피 타는 여직원’에서 ‘여성 임원’의 성장까지 지켜본 필자는 이제 여성들에게 중간도약을 위한 한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견뎌라, 또 견뎌라”이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문화적으로 일을 유지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키우는 데 예기치 못한 도전을 받는다. 아이의 입원, 남편의 해외 장기출장, 시부모 간병 등의 일이 발생했을 때 일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순간마다 여성인력의 잦은 퇴사를 경험한 기업은 ‘아무리 똑똑한 여성일지라도 이러한 인생의 변수에는 견딜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여성인력에 대한 미련을 접는다.

이것이 여성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견딜 때까지 견뎌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조직문화에서 일하고 싶다면, 가족친화적인 조직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어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일터에서 일하고 싶다면 그것은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진정한 여성 리더가 기업에 남아서 그 몫을 해주어야 한다. 뭔가를 바꾸고 싶다면 나가서 불평을 할 것이 아니라 남아서 스스로 바꾸어야 한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 여성들이 다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남성들이 한곳만 뛰고 있는 이 시점에 모든 인생의 변수와 싸워서 이겨야 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여성인력들이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더 강하게 살아남아서 이 변수를 조직의 정책(가족친화정책, 회식문화, 탄력근무제 등)으로 바꿔 내 후배로 하여금 불필요한 변수와 싸우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선배인 우리가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이제 여성인력들은 숨을 고르면서 중간도약을 이뤄야 할 때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 처한 여성들에게 용기와 분별력을 주기 위해 지난 세월 노력해왔고, 또 앞으로도 이러한 나의 작은 외침은 계속될 것이다. 여성신문 독자 여성들에게 한해 동안 에너지를 잃지 말고 뛰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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