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아이디어가 몸값 올리는 무기

‘렌트(rent)’는 원래 지대(地代), 즉 토지 사용료를 의미한다. 현대에 와서는 ‘집세’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 ‘렌트’ 하면 부동산 임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렌트란 단어를 그리 간단하게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경제학에서 렌트란 개념이 갖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

세상의 모든 자원은 한정돼 있다. 땅도 그렇다.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남의 땅을 사용하는 사람은 지대를 내야 한다. 이처럼 희소하기 때문에 주거나 받는 대가를 경제학에서는 ‘렌트’라고 하는데, 현대경제학에서는 토지처럼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희소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보상을 모두 렌트라고 한다.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에 엄청난 렌트를 누리는 사람들을 우리는 스포츠계나 연예계에서 종종 보곤 한다. 골프천재 타이거 우즈, 이승엽, 박지성, 박세리 선수 등은 일반인들이 평생 가도 만져보지 못할 돈을 쉽게(?) 벌어들인다. 파바로티나 셀린 디온 등도 단 몇 시간의 공연으로 웬만한 사람들의 연봉을 훨씬 웃도는 돈을 거머쥔다. 이를 두고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경기를 잘 한다 하더라도,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른다 하더라도 몸값이 우리네보다 적게는 수십배, 많게는 1000배가 넘는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가?

베토벤 시대에는 텔레비전과 같은 ‘매스컴’이 없었기 때문에 누가 가장 최고인지 가려내기란 쉽지 않았다. 유명하다는 성악가들의 공연을 일일이 다 찾아가 보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본 성악가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성악가를 최고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자연히 최고를 가리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았고, 최고와 두번째의 구분도 불투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텔레비전 등을 통해 최고를 가리기가 쉬워졌다. 때문에 최고가 더 많은 팬을 확보하고, 그만큼 더 큰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고가 어마어마한 수입을 거머쥐는 구조가 만들어진 데는 ‘정보화’의 힘도 또한 컸다. 조수미의 열창이 점점 더 원음에 가깝게 CD나 인터넷과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팬들에게 전달되면서 그녀의 몸값은 더 오르게 된다. 정보의 유통이 최고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매스컴과 정보화 덕이라고는 하지만 슈퍼스타들이 엄청난 렌트를 누리는 것은 앞서 말한대로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이 갖는 희소성이 크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탁월한 운동신경이나 빼어난 예술적 재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렌트를 높일 수 있을까.

지식정보화 시대에서 렌트의 원천은 지식과 아이디어다. ‘살림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사 스튜어트라든지, 스팀 청소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로 놀라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우리의 주부 사업가들을 떠올려보자. 평범한 주부였던 그들의 몸값, 즉 렌트를 치솟게 만든 건 반짝이는 아이디어였으니…. 자신을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 무기를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개발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부자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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