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변해도 농업인은 제자리
전문성 갖춰 첨단영농 무장해야

미지칼럼은 여성신문이 제정한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미지상) 수상자들의 기고문으로, 2007년 제 5회 수상자들의 칼럼을 연재한다. 첫 순서는 새송이버섯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머쥔 젊은 여성농업인 김금희 ‘머쉬하트’ 대표다. 

누구나 농업이라면 사양산업으로 생각한다. 미국과의 FTA 협상으로 어수선한 요즘, 농업은 전자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라면 포기해도 되는 미약한 산업이며, 연로하신 어르신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농업은 정말 버려도 되는 사양산업인가?

사실 농업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다. 다만 농업인이 사양일 뿐이다. 지구온난화로 강수량 등 자연환경이 변하고 있고, WTO·FTA 등으로 인해 세상이 변하고 있는 마당에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 농업인뿐이다.

농업의 가능성은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경상북도의 면적에, 인구는 1600만명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반도체나 자동차 수출액보다 많은 연간 60조원(500억 유로) 규모의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는 농업강국이다.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의 농산물·식품 수출국이기도 하다.

1990년대 키위의 세계적인 과잉공급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은 뉴질랜드 농업인들이 수년간의 노력 끝에 설립한 회사가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제스프리로 성장했고, 1970년대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하림을 보면, 농업의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농업은 기술 집약도가 높고 관련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큰 첨단바이오산업이다. 새송이버섯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나 곰팡이, 미세먼지와의 전쟁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공장에 준하는 첨단시설과 버섯을 연구한 전문기술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마음 편히 살려면 식량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세계적인 기상이변 때문에 농산물 생산이 차질을 빚어 작년 한해 곡물가격은 최근 10년 중 가장 비쌌다고 한다. 올해 식량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가 생명줄인 식량을 외국에 의존하면서 마음 편히 살 수는 없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과 함께 결연한 마음으로 우리나라를 지켰던 것처럼 우리 삶의 터전인 자연과 환경을 보존하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이 가족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첨단과학영농을 실천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 역시 소비주권을 잃지 않도록 자기 본분을 다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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