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 실무자 문제에 눈돌릴 때
여성단체들 실무자 문제에 눈돌릴 때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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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도 행사준비

A 여성단체의 중견간부 ㄱ씨는 전국행사를 앞두고 응급실에 실려가

면서도 사표를 써야하지 않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자신이 며칠 빠

지면 업무를 대신할 인력이 없어 행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없기 때

문. 난소가 꼬이다 못해 썩어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일주일간이나 사

무실 책상을 떠나지 못했던 임신 6주의 ㄱ씨를 보고 의사는 혀를 찼

다. 위기의 순간을 넘기자마자 그는 병상에서도 행사준비를 계속해

의사들에게 ‘일중독증 말기환자’로 놀림을 받았다.



‘새벽퇴근’ 예사

지역여성단체 B의 간사인 ㄴ씨는 ‘새벽퇴근’이 빈번하다. 업무량

이 ‘하루’라는 시간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 배낭 하나만 달랑 메

고 퇴근하던 ㄴ씨를 마주친 단체장은 새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선풍기 한대에 눈물

C단체의 업무 총책임자 ㄷ씨는 한 회원단체장의 금일봉 앞에서 눈

물을 글썽거렸다. 폭염 속에서도 선풍기 한대만 돌아가는 사무실 사

정을 속속들이 아는 이 단체장이 선풍기 한대를 더 사라면서 따뜻이

권했기 때문.



보람 또는 혹사 여성단체 근무

일제시대 개화기 운동가들의 치열한 삶을 연상시키는 풍경들이다.

물질적 보상은 이들의 노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때문이다. 단체

별로 차이는 있지만 초봉은 50-60만원 선이고, 중견간부들도 70-1백

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을 뿐이다. 보너스도 연 2백-4백 프로 수준이

다. 연봉이 최대로 쳐도 1천 5백만원을 넘지않아 도시근로자 최저생

계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대부분 여성단체들이 사단법인이기에

연·월차, 산전산후 휴가, 퇴직금제가 있지만, 실제적으로 연·월차

휴가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 격주 토요휴무제는 대체적으로 지켜지

지만, 10시 출근과 6시 퇴근은 유명무실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나

대한YWCA연합회처럼 전국에 회원단체를 두고 있는 단체들은 중앙

과 별개로 지부별로 임금이나 복지여건이 다르다.

여성권익 증진을 모토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무자들이 어떤 면에선

‘혹사’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혹자는 “사업 규모나 가지수를

줄여서라도 내실을 꾀하고 실무자들의 재충전에 힘써야할 것”이라

고 꼬집는다. 그러나 한 실무자는 “여성단체도 엄연한 시민운동단

체이기에 사회 흐름을 따라 그때 그때 맞는 이슈들을 개발해내고 이

를 가시화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끊임없이 일을 벌여야만 정체성을

인정받기에 앞으로도 실무자 사정을 봐서 사업 메뉴들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한다.



여성단체들의 재정상황이 열악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어

떤 면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IMF상황’을 살아온 셈이지만, 사회

전반이 위축된 현 상황에선 당장 하반기 넘기기가 다급해졌다. ‘생

존’이 문제인 상황에선 차세대 여성운동가로서의 기본기를 갖춘 실

무자들을 육성 지원해줄 여력도 없다. 실무자들도 단체가 돌아가는

상황을 너무 잘 알기에 임금인상이나 복지여건 개선 등을 요구할 엄

두 조차 못낸다. 여성단체중 드물게 노조가 있는 A단체의 간부 ㄱ

씨는 “이번 경제불황으로 단체 사정을 고려해 실무자들 스스로 월

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노조봤느냐”고 반문한다. 사회 여

기 저기에서 구조조정이란 말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지만, 여성단체

입장에선 퇴직한 실무자 자리를 그냥 남겨두는 것이 ‘자연발생적

구조조정’이란 우스개 소리를 한다. 따라서 인원보충이 안되기에

뒤에 남은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다녀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앞

선다고 ㄱ씨는 토로한다.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비하면 이들 실무자들의 학력수준은

상당히 높다. 거의 대부분이 대졸 이상인데다가 대학원 출신자도 꽤

있다. 이들 대부분은 주로 학생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여성단체에 발

을 내디뎠다.



그러나 ㄱ씨처럼 전혀 학생운동이나 여성운동과 무관히 지내다가

직장내 성차별을 절감하고 잘 나가던 직장을 뛰쳐나온 경우도 간혹

있다. ㄱ씨는 보너스 1천1백프로를 비롯해 상당한 복지혜택을 받는

대기업을 5년간 근무하다가 승진문제에 부딪치자 한계를 절감하고

당시 여성단체 출입기자인 친구의 권유로 단체와 인연을 맺은 케이

스.



주인되는 성취감이 최대 보상

막상 여성단체에 들어와보니 월급수준 보다도 복지혜택이 일반 기

업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대기업에 다

닐 때는 부속품 취급을 당한다는 느낌이 있었던 반면, 여성단체에선

기획, 섭외, 홍보, 후원자 모집에 이르기까지 1인 다역을 하며 창조

적으로 전권을 휘두른다는 성취감이 컸다. 그래서 현재 8년째 접어

들고 있다. 이런 자부심은 여성단체 실무자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

이다. YWCA 홍보 출판위원회 최인숙 부장은 이를 두고 “사회변

혁 흐름을 주도하는 일들을 끊임없이 기획해 실행하는 시민단체의

특성이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성취감이다”고 단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여성단체의 경우 여성과 가장 밀접한 부분들이 운동성을 통해

실현되기에 더더욱 여성실무자들의 보람을 증대시킨다. 이런 이유로

열악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점점 이직율은 낮아지면서

고용이 안정되는 추세라고 단체 관계자들은 전한다. 또 여성단체에

헌신적으로 몸담고 있다 보면 단체장, 나아가 여성관련 정부조직에

까지 진출할 수 있다는 포부를 키우고 있는 실무자들도 있다. 현 정

권의 일련의 여성운동가 출신 기용은 이 확신에 힘을 준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 여건들의 문제가 완전 해결되는 것은 아니

다. 실무자 대부분은 이런 구조로는 장기간 지구력을 가지고 버티기

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이들중 80% 이상이 막연하

게나마 유학을 가고 싶어한다. 단체에서 1인 다역을 하다보니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전문성을 키우기엔 무리라는 것. 현재 이들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은 재충전 휴식기간이나 연수프로그램이다. 그렇지

만 이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도중인 여성단체들은 극히 드물다.



재충전 프로그램 최근 2-3년 사이 생겨나

70년이 넘는 역사와 54개의 탄탄한 지부조직, 3백50만명의 회원수

를 자랑하는 YWCA는 실무자가 대학원 진학을 할 경우 장학위원회

를 통해 학비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으나, 못다한 업무에 대해선

본인이 별도로 보충해야 한다. 세계조직인 만큼 국제세미나나 해외

연수프로그램에 비교적 전 실무진을 평등히 참여시키는 편이다. 한

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 근로조건 개선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당위

성에서 근무 1년 이상이 지나면 유급 교육휴가 1주와 교육수당, 3년

넘으면 2주 유급휴가, 5년 지나면 한달 유급휴가, 7년 지나면 6개월

휴가중 각각 3개월씩 유·무급 휴가 특혜를 준다. 산전 산후휴가도

90일 원칙을 지키고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하기휴가가 길고(2

주), 보너스 4백%인 것이 타단체에 비해 넉넉한 편.

이런 모든 조치는 실무자 재충전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 2-3년 사

이에 주로 만들어졌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실무자들의 관심 분야에

따라 약간의 활동비를 지원하며 타 시민단체에서 1년 간의 교육기회

를 준다. 이런 배려를 통해 실무자가 관련기관에서 교육을 받아 올

해 초 미디어운동본부를 발족시켰다. 근무연한 3년 이상 1개월, 5년

이상 6개월 유급휴가론도 실무자들 사이에 오가는 단골 화두다.



실무자들은 재정마련과 더불어 자신들의 생활여건을 개선시킬 진정

한 재원은 바로 시민에게서 나와야 되고 또 정부에 당당히 요구해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가족법 개정과 남녀고용평등법, 가

정폭력방지법 등 여성인권과 복지에 밀접한 법들이 여성단체의 활약

에 힘입어 통과됐기 때문에, 이제는 어려운 여성단체들을 시민들이

살려내야 될 때가 아니냐는 것이다.



전문적인 기금 모금가 나와야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인순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이들이

기부하는 곳은 주로 대학이다. 민간 시민단체에 대한 불신이 아직도

남아있고 건전 시민단체를 시민 스스로 지킨다는 의식이 부족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정부가 못하는 소프트웨어적 일들을 시민단체들이

대신 해주는데도 지원은 약소하고 간섭은 상대적으로 크다.



그래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운영상의 시스템이 시급하

다. 또 외국처럼 후원조직이 하루빨리 전문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박정임 사무국장은 “시민단체 기부금에 대해

정부의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세제혜택이 크게 주어져야 한다. 또

정부가 여성단체 홍보를 위한 발송료를 대폭 할인해주는 것도 지원

의 한 방식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윤정숙 사무처장은 잠시 단체 일을 쉬고 영국에 유

학해 여성정책 관련 석사학위를 취득한 경험을 살려 “미국 등지에

서처럼 전문적인 기금 모금가를 키워내야 한다. 미국 전가구중 4분

의 3 정도가 수입의 1% 안팎에서 시민단체에 기금을 내는 만큼 이

들 기금 모금가는 전문직업인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이들의 활

약은 미국 상류층의 소비패턴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정부는 기업체에도 여성발전기금을 마련하라는 간접압력을 넣

고 있고, 여성단체들은 공고기관 벌금 수익을 여성기금에 보태라는

압력도 가하고 있다 한다. 스웨덴에선 연 1회 TV 모금캠페인을 통

해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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