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제3세계로 고개 돌리나

2월25일(현지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개최될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영화 ‘왕의 남자’의 외국어영화상 부문 진출이 좌절되긴 했지만 23일 각 부문 후보작들이 발표되자 국내 영화계에서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를 점치느라 분주하다.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약 한달 먼저 치러지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1943년 설립된 미국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상으로 아카데미 수상작들을 예견하는 믿을 만한 통로가 되곤 한다. 지난 12일 LA 비벌리 힐튼 호텔에서 개최된 제6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결과를 통해 아카데미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지 예상해본다.

커리어우먼에서 여왕까지 독특한 캐릭터 각축전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단연 돋보였던 수상자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헬렌 미렌과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제니퍼 허드슨이었다.

페넬로페 크루즈와 주디 덴치, 케이트 윈슬렛과 같은 쟁쟁한 배우들을 물리치고 상을 거머쥔 헬렌 미렌은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죽음 이후 영국 왕실을 다룬 ‘더 퀸’에서 엘리자베스 2세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TV 미니시리즈 부문에서 ‘엘리자베스 1세’로 또 한번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며 여왕 전문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헬렌 미렌이 여배우의 관록을 보여주었다면, 제니퍼 허드슨은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리얼리티 쇼 ‘아메리칸 아이돌’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래, 단기간에 할리우드의 주목을 끄는 배우로 급성장했음을 증명했다. ‘드림걸즈’에서 1960년대 흑인 여성 트리오의 리더인 에피 화이트로 분한 그는 검증된 가창력과 도전적인 연기로 함께 연기한 비욘세의 아우라를 단숨에 넘어버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부문은 헬렌 미렌 외에도 ‘귀향’에서 열연한 페넬로페 크루즈와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을 눈여겨볼 만하다. 독립적인 커리어 우먼부터 여왕, 어머니, 파괴적인 욕망에 흔들리는 여인 등까지 강하고 독특한 여성 캐릭터들로 꽉 찬 이번 명단에서 단 한명을 선택하는 과정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부시의 위상 변화 영향으로 미국밖으로 눈 돌린 영화 주류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부시의 위상과 미국에 대한 세계의 평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작들은 대체로 미국 밖으로 시선을 돌린 영화들이 주를 이뤘다.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바벨’은 미국, 모로코, 일본에서 다섯 개의 언어로 촬영됐다. 감독이 말하듯 “영화의 힘은 보편적이며, 감정은 번역을 필요로 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포레스트 휘태커에게 최우수남자연기상을 안겨준 ‘라스트 킹 오브 스코틀랜드’도 우간다의 독재자인 이디 아민의 이야기다.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는 이오지마 전투를 일본인의 시선으로 본 영화다. 이에 앞서 개봉된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는 2차 세계대전 최대 격전지이자 일본 패전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이오지마 전투를 소재로 한 감독이 대립되는 시선에서 만든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일본인 배우가 출연하고 일본어로 만들어진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의 수상으로 세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랑스러운 공화당원임에 틀림없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미국인’ 감독이 됐다.

물론 이와 관련해 가장 흥미로운 수상자는 ‘보랏-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로 논쟁의 중심에 선 배우 사샤 바론 코헨이다. 골든글로브는 그에게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남자연기상을 수여했다. ‘보랏’이 ‘미국의 추하고 어두운 이면을 끝까지 혹독하게 보여주는 코미디’임을 상기한다면, 골든글로브의 선택은 그 자체로 미국의 끝없는 관용 혹은 위선 둘 중의 하나로 읽힌다.

마틴 스콜세지·피터 오툴 불운한 노장들 수상여부 관심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가장 관심이 가는 사람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다. 여러 차례 후보에 오르고도 단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던 그의 불운이 이번에는 마침내 그칠 것인가?(이번 골든글로브에서 ‘디파티드’는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스콜세지의 감독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비너스’에서 어린 여자를 탐하는 늙은 배우를 연기한 피터 오툴의 수상 여부도 궁금하다. 2003년 아카데미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그는 총 일곱번 후보에 올랐지만 매번 수상자에서 제외되는 불운을 겪었다. 예전에 헨리 폰다가 공로상을 탄 다음해에 남우주연상을 탄 사실을 떠올린다면, 피터 오툴도 아직은 늦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 연기상 부문은 골든글로브 수상자인 포레스트 휘태커뿐만 아니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블러드 다이아몬드’와 ‘디파티드’ 두 편에서 열연) 등이 포진한 상태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우수작품상은 ‘더 퀸’, ‘디파티드’, ‘드림걸즈’, ‘바벨’, ‘리틀 미스 선샤인’ 등으로 후보작이 압축된다. ‘드림걸즈’가 골든글로브에서 남녀 조연상 및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사실은 이 영화가 2003년 총 6개 부문을 석권한 뮤지컬 영화 ‘시카고’의 영광을 재현하게 될지 주목하게 만든다.

한편, 지난해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이 저예산으로 제작된 ‘크래쉬’에 돌아갔듯이 어린 딸을 미인대회에 참가시키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겪는 헤프닝을 통해 미국 사회의 이중성을 고발한 또 다른 저예산 영화인 ‘미스 리틀 선샤인’의 수상 가능성도 점쳐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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