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반핵’ 한반도 통합 대전제 명심
‘비핵·반핵’ 한반도 통합 대전제 명심
  • 이영대 / 변호사
  • 승인 2007.01.12 14:21
  • 수정 2007-01-12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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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동갑내기 친구에게

잿빛으로 변하여 하늘인지 땅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펑펑 내리는 눈발이 새해 선물처럼 느껴지는 겨울날이네. 긴 세월을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대륙의 끝자락 반도에서 같은 해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인연에 친구라고 부르며 편지를 쓴다네. 아무리 다른 세상에서 남과 북으로 나뉘어 살고 있다 하여도 억만년 생명력의 우주 전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같은 세대를 사는 동갑내기의 인연은 버릴 수 없는 것이라 믿기에 낯설지만 용기를 내어 허물 없는 사이를 자처하며 쓰는 이 편지를 기꺼이 받아주길 바라네. 분단된 조국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장갑도 잊은 채 쌓인 눈을 꽁꽁 뭉쳐 던지고, 빨개진 귀와 볼을 비비며 한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사이였을 수도 있지 않았겠나.

내가 새삼 이런 편지를 쓰게 된 것은 북한에서 재차 핵실험 준비의 징후가 보인다는 소식을 접한 때문이라네. 물론 김 국장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에 근무하는 젊은 각료이므로 직접 이러한 일에 책임을 맡은 사람은 아님을 알고 있네. 허나 이미 우리 세대가 국가 정책 결정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일들을 모색해보는 것만이 민족사에 진정 기여하는 길이라 생각하네. 핵문제는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어떤 사회에서 살아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핵심 의제이므로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자네도 공감할 걸세.

우리 민족이 강력한 군대를 이끌고 끝없는 대치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음은 잘 아는 사실이 아닌가. 나 자신도 해군에 복무하며 진해 앞바다에서 함상훈련을 받았던 기억은 종종 무의식적인 긴장으로 나를 이끌곤 하네. 이처럼 우리는 이미 전쟁과 적대의 세월로 깊게 파인 상처를 안고 있는 셈이지. 친애하는 친구여, 만일 장래에 민족의 통일이 오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면, 우리 세대의 만남이 철조망 때문에 더 이상 단절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면 이제 우리 세대가 이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자각과 역할을 해내야 하지 않겠나.

결단코 핵으로 오염된 한반도는 생각할 수 없네. 또다시 전쟁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는 없는 것이며, 핵은 남북이 공존하는 최소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거듭거듭 강조하네. 김 국장은 북한 사회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던 시기에 태어나 사회주의 이념을 체계적으로 습득한 이른바 제3세대가 아닌가. 과거 식민지 시대와 전쟁의 쓰라린 비애를 넘어 새로운 개혁·개방의 물결을 이끌 것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네. 지금이야말로 민족을 건 도박 대신에 실질적인 통일의 항해를 시작할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우리 세대가 엄중히 지켜나가야 할 통일헌법의 서문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우리 세대의 진정 단결된 힘이 필요한 때일세. 어쩌면 오늘의 위기는 우리 세대를 단단히 묶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네. 엔진과 방향키를 단단히 잡고 비핵, 반핵이 한반도 통합의 대전제임을 설득해야 하네. 이것이 우리 세대에 부여된 준엄한 소명감이라 믿네. 처절히 저지해야 하네. 핵을 통해 반도의 정치적 정세를 이끌어나가는 것의 위험성을, 우리 민족에게 끼치는 해악을 말일세. 미래를 준비하는 세대로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임을 말일세.

지금 우리 세대는 큰 도전을 받고 있네. 북한의 3세대들은 대외적으로 오히려 비타협적이고 강경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남쪽의 우리 세대들도 국가 경영의 경륜 부족으로 국민들에게 꾸지람을 듣고 있는 요즘이네. 그러나 이미 우리의 마음 속에서 전선을 걷어내고, 통일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건설하겠다는 다짐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하겠지.

힘든 수고 끝에는 즐거운 잔치가 기다리는 법 아닌가. 젊은 세대의 끝없는 분투가 한반도에서 핵을 걷어내는 일에 이른다면 우리 국민은 그 수고를 결코 잊지 않을 걸세. 분단과 좌절의 길을 뚫고 다시 한번 아시아 대륙을 달릴 길을 열어보세. 광야를 가르는 상쾌함을 함께 나누어보세. 한반도에 새롭고 강한 맥박이 뛰게 하세. 세계사에서 추방되었던 어두운 역사를 딛고 새로운 부활을 꿈꾸며 벅찬 새날의 먼동을 기다려보세. 그리고 이 어려운 밤을 지나 보내고 저녁 식탁을 비추는 작은 등불을 사이에 두고 우정과 추억, 그리고 희망을 나누는 평온한 휴식을 함께 하세.

정해년 정월

남한의 동갑내기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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