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의 미래, 여성에게서 길을 찾다

그림을 그리던 스물아홉, 서울 주부가 남편까지 설득해 경기 여주땅으로 귀농, 젖소 3마리로 목장을 시작한 지 26년. 보수적인 농촌에서 ‘기가 센 여자’라거나 ‘남편 제치고 나댄다’는 노골적인 비난을 이겨내고 젖소 키우기에 전념한 조옥향 ‘은아목장’ 대표는 165마리 젖소에서 연간 1만 여 kg의 우유를 생산하며 연매출 5억 원을 올리는 한국 낙농업계의 대표적인 여성 경영자로 성장했다.

농가인구 중 과반수(51.2%)를 차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 농업인들의 농업경영 비법과 성공 스토리를 소개한 ‘여성 농사꾼의 유쾌한 성공이야기’(농촌정보문화센터)가 출간됐다. 농림부와 여성신문이 공동 기획한 책 속의 사례들은 출판에 앞서 여성신문 지면을 통해 ‘농업, 여성이 블루오션이다’라는 제목으로 연재,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도 소개돼 인기 기사로 꼽히기도 했다.

이 책에선 농림부와 농촌정보문화센터,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종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 농업계 전문지 기자 등 농업과 관련한 정부, 단체, 학계, 언론계의 추천을 받은 15명의 여성 농업인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유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국산 수제치즈’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농가의 블루오션을 개척한 조옥향 대표는 “한국 농업의 희망은 여성과 부가가치형 상품 개발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조 대표 외에도 이 책에서 소개된 여성 농업인들은 일반적인 농사에 머무르지 않고 버섯, 대나무 숯, 수제치즈, 고구마, 돼지, 꿀 등 다양한 품목에 도전하며 고부가가치 농산물 생산에 앞장섰다.

‘을지앤텍’ 박득자 대표는 국내 최초로 대나무 숯을 개발한 주인공. 대나무로 숯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 일본의 대나무 숯 공장을 찾아다니며 96년 대나무 숯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해 현재 연 100억 원대의 매출규모를 올리고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광부의 딸과 공무원 집안의 아들로 농사와 관계없는 삶을 살다 신혼여행 비용으로 돼지 5마리를 구입해 농사를 시작한 부부는 실패를 거듭, 10년 만에 9000만 원의 빚더미에 올랐다. 그러나 “농사로 진 빚이니 농사로 갚자”는 생각으로 고랭지 배추 재배를 시작했고 오토바이를 타고 농가를 돌며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소를 키웠다. 포클레인 자격증을 따고 가축 인공수정사 자격증을 따며 적극적으로 노력한 ‘제일농장’ 김현숙 대표는 200마리의 한우를 키우는 ‘소 아줌마’가 됐고 정선군 의원에까지 올랐다.

‘부안여성농업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임덕규 대표는 16년 농민운동을 위해 귀농, 200㏊의 논에서 우렁이 농법을 이용한 친환경 쌀농사를 짓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2년 여성농업인센터를 열어 여성 농업인 교육, 어린이집, 방과 후 교실, 이주여성 교육 등을 진행하며 여성 농업인 목소리 높이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농업계에서 ‘버섯에 미친 여자’로 불리는 김금희 머쉬하트 대표는 83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첨단 과학 농법으로 매일 5t의 새 송이버섯을 ‘제조’하며 연 매출액 36억 원을 올리는 당찬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김 대표는 “자유무역협정(FTA)에 압박당하고 전세계적으로 종자전쟁이 치열한 농업계에서 첨단 과학 농법이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 속에는 한국 농업계에서 여성 농업인들이 보여주는 미래의 희망이 담겨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그들의 이야기는 여성 농업인에게는 자부심과 벤치마킹 사례를, 도시 여성에게는 희망적인 귀농 이미지를 제시한다. 여성 농업인들의 인터뷰뿐 아니라 그들이 후배 여성 농업인에게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여성 농업인 희망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여성 농업인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농촌 여성 결혼이민자 정책 등 여성 농업인을 위한 정책 15가지도 소개됐다.

여성신문 편집부 엮음/ 농촌정보문화센터/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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