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 패로의 법

지난 한 해 일었던 집값 광풍으로 많은 서민의 고통이 가중되자, 집값 안정을 위한 전방위 압박이 커지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전세와 월세를 기준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전·월세 보증금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종부세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임대료 규제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지난 6월 6일 개봉됐던 리메이크 공포영화 ‘오멘’을 봤을 것이다. 영화에서 악마의 자식 데미안의 유모 배이록 부인으로 나왔던 여배우 미아 패로는 우디 앨런과 명콤비를 이루며 숱한 화제를 남긴 배우다. 지금은 주름 많은 노년의 모습이지만, 한때는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미 전역에 유행시켰던 인기 스타였고, 프랑크 시나트라,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 우디 앨런 등과 살다가 헤어지는 등 그녀를 둘러싼 염문은 끊이질 않았다. 최근에는 우디 앨런과 순이 프레빈과의 스캔들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왜 갑자기 뜬금없이 여배우 얘긴가 하겠지만, 한때 뉴욕시가 실시했던 임대료 규제법령이 미아 패로의 이름을 따 ‘Mia Farrow Law’라고 불렸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도 많으리라 본다. 90년대 센트럴 파크 서쪽에 방이 열 개나 되는 호화 아파트에 살고 있던 미아 패로는 방이 하나뿐인 아파트와 비슷한 임대료만 내고 있었다고 한다. 임대료 규제법 때문에 주인이 임대료를 올리지도, 내보내지도 못했던 것이다.

원래 이 법의 취지는 저소득층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주인들이 임대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보니 임대아파트는 갈수록 줄었고, 일반 서민이 아파트를 구하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공급이 줄어 어느 순간부터는 임대료가 훨씬 비싸졌다.

게다가 누구는 일단 입주만 하면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니, 미아 패로와 같이 돈 많은 사람들이 호화 아파트를 값싸게 임차하는 아이러니가 생기게 된 것이다. 미아 패로의 법은 또한 뉴욕 일부 지역을 슬럼화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폭격 다음으로 도시를 파괴시키는 것이 바로 임대료 규제’라고 혹평한 경제학자도 있을 정도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에서 얘기되고 있는 전월세 보증금 상한제는 미아 패로의 법이 낳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믿는다. 임대아파트를 꾸준히 지어서 공급이 어느 순간 줄어드는 상황을 차단하고, 서민이 아닌 고소득층에게 엉뚱한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리라 믿는다.

하지만, 다시 한번 검토해 보자. 임대료를 규제하면 어떤 여파가 뒤따를 것인가? 임대료뿐 아니다. 부동산 안정 대책으로 나오고 있는 세금 인상, 대출 억제 등 여러 대책과 규제들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지 신중히 검토할 일이다. 경제정책은 밝은 태양 아래 드리워지는 그림자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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