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성 주류화 원년으로 여성분야 혁명적으로 바꿀 것”

“여성정책책임관제를 비롯해 성 주류화 정책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 최대한 빨리 관련 정책들을 추진하자고 했다. 생각이 바뀌어 세상이 좋아진다면, 더구나 적은 예산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빨리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8일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회 성 인지 정책간담회’(공동대표 김광웅·서명선·이영대·김형준·김효선)의 세 번째 주자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초청됐다. 서울의 17배에 달하는 면적과 인구 1100만을 자랑하는 경기도의 살림을 총괄하느라 헬기로 순회하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시간을 낸 김 지사는 포럼 내내 성 인지 정책의 효율성과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김 지사는 광역지자체 중 경기도가 최초로 여성 부지사를 발탁하면 눈에 띄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포럼 참석자들의 주문에 “좋은 사람 있으면 적극 추천해 달라”며 여성 부지사 발탁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포럼 공동대표 이영대 변호사는 인사말에서 “5년 전 미국 애틀랜타 마틴 루터킹 기념관에 새겨진 킹 목사의 연설 ‘I have a dream’을 보고 한 사람이 시대의 변화를 주도했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킹 목사는 자신의 인생을 걸고 ‘인권법’을 일궈냈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법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다”며 “성 인지 포럼은 우리 사회 소박한 꿈을 대변한다. 사회 변혁을 실천해온 분인 만큼 시대가 요구하는 ‘성 인지’ 정책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포럼에는 공동대표들과 함께 이재우 여성정책네트워크 회장(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 박숙자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장이 참석했다.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임기 내 추진하는 프로젝트 중 ‘여성’과 연관 지어 수행하면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다. 지사께서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여성정책책임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아는데.

김문수 경기도지사: 도지사 후보시절부터 공약으로 여성정책책임관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자체 최초라고 하니 쑥스럽다. 예산이 많이 드는 사업도 아니다. 도로 하나 닦으려면 기간도 10년 이상이 걸리고 예산도 수조 원 이상 들기 마련인데 상대적으로 돈은 적게 들면서 효과는 크게 낼 수 있다. 다른 지자체선 왜 이를 안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서명선 한국여성개발원장: 여성정책책임관을 행정1부지사로 하고 여성정책조정회의 의장을 겸하도록 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회의 의장이나 부지사로 여성을 발탁할 생각은 있는지.

김 지사: 사실 지사인 내가 ‘의장’을 하고 싶었는데 안 된다고 해서 부지사로 결정했다(웃음).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하는 일은 없다.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을 때 능력 있는 여성들을 영입하려고 리스트까지 만들어가며 총력을 기울였는데 쉽지 않더라. 구리시 정숙영 부시장의 경우 굉장히 능력이 있어 발탁됐고, 평판도 아주 좋다. 내게 보장된 임기는 4년이다. 때문에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선 반드시 이처럼 ‘준비된’ 여성이어야 한다. 실은 정무 부지사에 여성 한 분을 염두에 뒀었는데 남성적 역할이 요구된다고 판단해 임명을 포기한 적이 있다. 부지사의 역할은 국회, 도의회, 언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서 원장: 업무 수행에 성 역할이 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런 분위기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여성도 얼마든지 있다. 중앙정부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경기도가 되길 바란다.

박숙자 경기도 가족여성개발원장:  경기도의 경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양성평등 교육이 제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6~9급 공무원은 지난해부터 실시해왔는데, 좀 더 달라지기 위해 3~5급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김 지사: 시간을 한 번에 내기가 부담스러우면 실·국장 회의 시간을 이용해 짧게 여러 번으로 나눠 교육을 해도 좋을 듯싶다. 예전에 국회에서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 성 인지 교육을 받았는데 보기에도 편하고 이해도 잘 됐다. 강의식으로 진행하는 성 인지 교육도 좋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됐으면 한다. 경기도처럼 억대(1억1000만 원)를 양성평등 교육에 투자하는 지자체는 없을 거다. 효과가 좋으면 더 많이 지원할 생각이다.

김 교수: 성 인지 의식이 불문명한 사람들은 승진 안 시켜줘야 한다(웃음).

김 지사: 경기도엔 그런 사람 없다(웃음). 성 인지 교육이라면 다 좋다고 한다.

이영대 변호사: 성 인지 정책은 다른 정책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년 365일 중 적어도 조용한 장소에서 하루이틀이라도 ‘기존 정책 유니폼’을 ‘다른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성 인지 교육을 통해 ‘여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그런 면에서 성 인지 정책을 제도화·내면화하면 분명 우리 사회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지사: 여성정책을 위해 열정을 갖고 뛰어줄 ‘전담반’이 필요하다. 경기도의회 17명의 여성의원부터 먼저 뛰게 해줘야 한다. 그동안 경기도가 실전에 미진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약속할 수 있다. 2007년을 성 주류화의 원년으로 삼고 성 인지 정책에 매진할 것이다. 올해 경기도는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매매방지정책 시범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경기비전 2010’을 추진하기 위해선 87조 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 이를 어떻게 충당할 계획인가.

김 지사: 돈은 큰 문제가 안 된다. 권한의 문제다. 중앙부터 바뀌어야 한다. 수도권 규제정책부터 해결하면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김 발행인: 내년도 여성정책 분야 역점 시책에 대해 소개해 달라.

김 지사: 육아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여성들이 출산 후에도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위기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리는 한편, 시간 연장형 보육시설을 전체 시설의 25%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물론 기존 어린이집의 반발도 거세고, 비용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도의 여성정책국 예산의 85%가 보육 관련 예산임에도 풀기 힘든 난제다. 이와 함께 노인수발제도도 적극 운영할 생각이다. 적어도 ‘일하는 며느리’가 ‘나쁜 며느리’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여성의 사회·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한 도의 강력한 의지라고 생각해 달라.

김 지사는 포럼을 마치며 “여자라면 밥도 같이 안 먹는 경상도의 완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도시에 나와 결혼도 하고 딸 하나를 낳고 40여년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김 지사는 “여성정책이 어려운 과제가 아닌데도 남자들이 겁부터 먹고 있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얘기해주면 언제든지 적극 반영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포럼 공동대표들. 왼쪽부터 김효선 여성신문사 발행인, 김광웅 서울대 교수, 김문수 경기도지사, 서명선 한국여성개발원장, 이영대 변호사.
▲ 포럼 공동대표들. 왼쪽부터 김효선 여성신문사 발행인, 김광웅 서울대 교수, 김문수 경기도지사, 서명선 한국여성개발원장, 이영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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