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설로 고향 발전한다는데야 말릴 수 있나요”

김주영(67)씨의 대하소설 ‘객주’를 주제로 한 ‘객주문학 테마타운’이 경북 청송군에 들어선다. 작품 속에 등장한 장터거리와 주막 등을 재현하고 관광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문학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청송군의 계획. 유명 작가를 소재로 한 문학관은 많지만 특정 작품의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처음으로 문학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시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5일 청송군 농업기술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김주영 객주문학 테마타운 조성을 위한 심포지엄’ 현장에서 작가 김주영씨를 만났다.

“제 이름이 들어간 테마타운을 만든다는 제안에 처음엔 반대했습니다. 저 자신이 그만큼의 문학적 경지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의 생각을 바꾸게 만든 것은 고향 청송의 현실. 기차도 들어가지 않는 경북 오지인 청송군은 주왕산 국립공원과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유명한 호수 주산지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졌지만 개발이 미흡한 곳이다.

“고향을 소재로 작품을 써 성공했지만 고향에 아무것도 기여한 것이 없더라”는 김주영 작가. 그는 “‘객주’가 문화관광산업을 부흥시키고 지역 발전에 일조한다는 데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고 얘기했다.

‘객주’는 79년부터 83년까지 4년간 서울신문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81년 소설 초판(전 9권, 창비)이 출판된 이래 150만 부가 팔렸으며 2003년 새롭게 재출간(문이당)되기도 했다. 작가가 어린 시절 보고 자랐던 청송의 장터거리를 주 무대로 사농공상 신분체계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보부상을 주인공으로 조선 후기 서민들의 삶과 경제적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 민중소설이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것은 몇몇의 잘난 영웅들이 아니라 민초들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없습니다.”

‘객주’는 전국의 장터와 오지를 돌아다니며 현장의 언어를 녹취해서 19세기 말 한국인의 언어를 재현한 의의를 지닌 작품. 그러나 이런 옛 언어의 사용은 21세기 독자들에게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재출간하면서 젊은 세대에 맞춰 말을 다듬었다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김주영씨는 “내 작품이 요즘 세대에게 다가가기 힘든 것은 인정한다”며 “내년에 소설을 쉽게 풀어 쓴 ‘어린이용 객주’를 출간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객주’에서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지나친 폭력과 여성에 대한 묘사. 민중문학을 표방하지만 여성민초에 대한 표현은 강간이나 매춘, 혹은 철저히 남성 중심적인 성 묘사로 그려진다. 신수정 문학평론가(문학동네 편집위원)는 “김주영 작품 속에서 여성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나 ‘어머니’로 대변되는 구원의 여성상으로 그려지는 등 가부장적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월이가 일생 흠모해 온 천봉삼과의 합방 전날 ‘더럽혀진 몸을 씻기 위해 얼음 개울에서 목욕재계를 한다’는 등의 상황은 공감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작가는 “‘객주’가 여성독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소설임을 알고 있다”면서 “바깥 출입도 제대로 못 하던 기존의 조선시대 여성과 달리 월이나 매월 등은 강한 여성들”이라 항변했다. “혼자 몸으로 힘들게 자식을 키워 온 어머니처럼 조용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은 강한 여성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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