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주최 여성관리자 워크숍 현장 스케치

지난 1일 노동부가 주최한 ‘여성 관리자 워크숍’ 현장.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과장급 이상 여성 관리자 및 임원 150여 명이 모인 이날, 참가자들의 눈과 귀는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 중인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 이하 AA)’의 내용과 성과에 쏠렸다.

근로 현장의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이 제도는 동종 산업, 유사 규모 기업들을 비교평가 해 여성을 현저히 적게 고용했거나 여성 관리직 비율이 낮은 기업은 ‘간접차별의 징후’가 있다고 보고, 개선방안을 찾고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제도. 현재 정부투자기관 및 산하기관, 1000인 이상 민간기업이 적용 대상(약 546개 기업)이다.

이 제도는 기업에서 여성인력 ‘파이프라인’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관리자를 양성해야 임원 등용을 위한 인재풀을 형성할 수 있지만, 이 통로를 만드는 일이 여성들만의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은 대연방정부 계약 해지, 벌금 부과, 인터넷 공개 등 강력한 규제조항을 함께 실시해 여성 관리자·임원 비율을 확대하는 데 실질적 성과를 낳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어떠한 ‘규제조항’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 성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여성 관리자 비율은 1000명 이상 기업 4.3%, 공기업 2.6%, 전체 기업 0.5% 수준에 불과하다.

이날 워크숍에 참가한 여성 관리자·임원들에게서 여성과 기업, 그리고 정부에 전하는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제언을 들어보았다.

여성임원들이 말하는“성공포인트’

황춘자 ‘여성관리자리더십 포럼’ 회장 (서울메트로 홍보실장)
▲ 황춘자 ‘여성관리자리더십 포럼’ 회장 (서울메트로 홍보실장)
“적극적 고용조치 등한시 패널티 강화등 수반돼야”

“남성들보다 3배 이상 일해야 비로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속설은 지금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황춘자(53) 회장. 그는 “능력 있는 여성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먼저 ‘임원으로 가는 길’을 터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황 회장이 여성 임원율 확대를 강조하는 이유는 “조직에서 결정권을 갖고, 조직문화 변화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임원’에 여성이 진입하지 않고선 구조적 차별의 벽을 허물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8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거쳐 지금의 공기업에 입사한 후 황 회장은 ‘실력은 기본이지만 권리는 나서서 싸워야만 얻을 수 있는’ 생활을 이어왔다. 황 회장의 현재 목표는 바로 ‘임원’이 되는 것. “길을 만들어가겠다”고 여성 관리자들을 모아 네트워크까지 만들었으니 책임감도 그만큼 강하다.

황 회장은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적극적고용조치’가 대부분 인사부서에서 ‘처리’하는 서류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성희롱 예방교육처럼 경영진 대상의 교육을 의무화하고, AA의 시행 여부를 객관적 경영평가 지표에 넣는 등 패널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업에서 남성들이 구축해 놓은 정보조직, 파이프라인은 매우 두텁다”며 “여성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은 절대 역차별이 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진희 삼일회계법인 이사
▲ 박진희 삼일회계법인 이사
“중간 관리자급 여성이여 사명감 갖고 오래 남아라”

삼일회계법인 최초 여성 임원 박진희(51) 이사는 평균 13~14년 정도 걸리는 임원 진급을 10년 만에 이룬 입지전적 인물. 40세에 USCPA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15년간 줄곧 전업주부였다는 이력이 더해지면 그에게 쏠리는 시선들에는 ‘호기심’이 더해진다.

법인 내에서 ‘휴먼 캐피털’을 담당하는 박 이사는 “여성인력의 개발과 활용의 중요성은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인식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당연히’ 온다”고 강조한다.

박 이사는 무엇보다 “남성이 만든 비즈니스 룰 안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출산·육아기 여성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20년을 내다본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잠시 덜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되고, 남자 동료보다 승진이 늦는 것에 조급해하면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평소 매니저급 여성들에게 “사명감을 갖고 오래 남아 있으라”고 강조한다. 관리자로 진급하기까지 ‘배움’과 ‘교육투자’라는 특혜를 받은 사람들이 쉽게 조직에서 이탈한다면 후배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1명이 고생하며 길을 만들지만, 후에 10명의 후배가 그 길로 진입할 수 있음을 잊지 말라”며 말을 맺었다.


이재경 LG전자 디지털 디스플레이 사업본부 그룹장
▲ 이재경 LG전자 디지털 디스플레이 사업본부 그룹장
“여성관리자 대상으로 한 의식교육 반드시 있어야”

LG전자 연구소 이재경(41) 책임연구원은 연구소 내 최초 여성 그룹장이다. 입사 후 18년 동안 연구소 내에서 매번 ‘1호’라는 호칭을 달아온 만큼 ‘개척자’로서 긴장을 끈을 놓지 않는다.

이 그룹장은 “조직에서 여성은 소수이기 때문에 약자이고,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쉬운 반면 업무를 잘 해내면 나를 확실하게 부각시킬 수 있다”며 후배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또한 ▲여성 관리자 교육 ▲완벽한 엄마 콤플렉스 탈출 ▲육아지원 등 세 가지 조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여성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의식교육은 매우 중요한 부분. “부하 여직원이 출산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을 때 그가 그만두면 여성들이 단체로 욕을 먹을 것만 걱정했었다는 이 그룹장은 ‘여성 관리자 워크숍’을 경험한 후 그에게 출산 후 휴직을 권했었다고. 다시 돌아온 그 여직원은 이전보다 훨씬 열정적으로 인정받으며 근무하고 있다.

이 그룹장은 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좋은 엄마’는 아니다”라며 “회사에서 인정받는 엄마의 모습도 좋은 부모의 역할이 될 수 있으니 나를 위해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 ‘연구소장’까지 도전해 볼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권선주 기업은행 CS센터 부장
▲ 권선주 기업은행 CS센터 부장
“정보 네트워크 구축이 힘 동료관계 유지 절대 필요”

입사 27년 만에 기업은행 여성 최고위직에 오른 CS센터 권선주(50) 부장은 10년 이내에 ‘여성 관리자와 임원’이 크게 늘 것으로 낙관한다.

“몇 년 전 처음 지점장 발령을 받았을 때 한 임원이 전화를 걸어 ‘어려운 일’은 근처 지점으로 넘기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지금은 여성 지점장 탄생이 뉴스거리도 아닌 시대가 왔다.

권 부장은 “선택해보지 않은 ‘여성 고위직’에 대해 경영자들은 아직도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현재 관리자급에 있거나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이 두려움을 해소해 나갈 의무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권 부장은 후배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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