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국스포츠, 여성이 희망 - “자신감 갖고 당당하게 해낼것”…3회 연속 종합 2위 ‘찜’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해 나가겠다.”

종합 스포츠대회 사상 첫 여성 단장이 된 2006 도하아시안게임(12월 1~15일) 정현숙(54·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단장의‘일성’이다. 특히 이번 한국 대표단은 단장도 여성, 총감독도 여성(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으로 구성돼 ‘여성’ 리더십이 주목 받고 있다.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이사, 한국여성스포츠회 부회장, 단양군청 탁구팀 감독 등 정 단장이 맡고 있는 굵직한 직함만도 여럿. 현역 시절 셰이크핸드 수비전형 선수로 명성을 떨친 그는 이제 한국 여성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리더로 우뚝 섰다.

정 단장은 73년 이에리사(52·태릉선수촌장)와 함께 건국 이후 최초로 구기종목에서 세계를 제패(7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한 ‘사라예보 신화’의 주역이다.

-한국 역대 올림픽·아시안게임 선수단 사상 첫 여성 단장으로 뽑혔는데 여성 스포츠계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성이 체육계에서 인정받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체육계에서 여성들이 활동을 안 한 건 아닌데 중요한 자리에선 배제됐었다. 앞으로 여성 스포츠인들이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잘 해나가겠다.”

-카타르로 떠나는 선수단이 단복이 아닌 운동복 차림으로 비행기에 타도록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선수시절 정장 스타일의 단복을 입고 비행기를 탔다가 곧바로 다른 옷으로 갈아입느라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10시간 이상 비행하는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물론 임원진은 단복을 착용한다.”

-이런 변화를 두고 여성의 ‘따뜻한 리더십’이 돋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사소한 일이지만 작은 것부터 변화를 주는 게 중요하다. 주변에선 ‘그냥 넘어갈 것도 여성이라서 세심하게 배려하고 챙겨준다’고 칭찬하더라.”

-도하아시안게임에 임하는 자세는.

“일본을 제치고 3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다. 단장으로 가지만 결전에 나서는 선수들과 똑같은 심정이다. 선수들에게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하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사실은 나 스스로에게 더 많이 하는 말이다.”

-35년지기 이에리사 총감독과 함께 가시니 든든하겠다.

“아무래도 덜 친한 사람보단 낫지 않겠나.(웃음) 서로 힘든 얘기도 공유하고 의지도 되고 좋다.”

-스포츠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 지도자들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

“여성 친화적인 종목에도 여성 지도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도하아시안게임에 여성 지도자는 10명에 불과한데, 이중 감독은 현정화(탁구)가 유일하다. 하지만 농구, 배드민턴 등에서 서서히 여성 지도자들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단장도 여성이니까 여성들의 목표의식이 더욱 뚜렷해지는 것 같다. 앞으로 종목별 국가대표팀 지도자 2명(감독, 코치) 중 1명을 여성으로 기용하는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다.”

-스포츠계에서 여성 지도자가 별로 없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스포츠 분야는 합숙, 국내외 시합 등 바깥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들은 결혼 후 육아, 가사에 신경 써야 하니까 그만큼 불리하다. 미안해서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요즘엔 남편,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스포츠 행정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조언한다면.

“체육단체 임원의 중요한 임무는 행사나 회의 참석이다. 조직 내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얼굴을 비추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목표보다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저절로 인정받는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왔다. 여성 스포츠인들이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힘을 보태고, 후배들에게 목표를 제시해주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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