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을 만나다 (10) 친환경 고구마 브랜드화 앞장서는 ‘행복한 고구마’ 이정옥 대표

고구마가 행복하단다. 2006년 가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체결 소식으로 농민들의 한숨 소리는 깊어만 가는데, 난데없이 나타나 행복해하며 미소 짓는 고구마가 있다. 행복한 고구마를 재배하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 그리고 고구마에게 행복한 에너지를 어떻게 전해주었을까.

“90년대부터 유기농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지금이야 친환경농법이나 유기농법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당시만 해도 거의 개척자나 다름없었어요. 그래서 정말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 용정리에 사는 이정옥(53) ‘행복한 고구마’(www.seaterfarm.com) 대표의 말이다.  

남편 만나 여성 농민 투사로 변신 -  ‘을유농지세’ 반대 운동 앞장서

지금 살고 있는 이곳 전남 무안에서 태어난 이씨는 목포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목포라는 도회지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딸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지닌 엄마의 희망에 따라 고향에 내려갔다.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를 다니다가 3개월 만에 운명과도 같은 사랑의 감정을 전해준 상대인 김용주씨를 만났다.

4만 평 농지에 연 매출 3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부부 농업인 김용주, 이정옥씨. 이씨는 구황작물 정도쯤으로 여겼던 고구마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유능한 매니저쯤 된다. 

이정옥 대표의 이른바 ‘인생 스토리’는 이렇다. 부끄럼 많이 타던 시골 처녀가 사랑에 눈멀어 남편 따라 ‘농사에 올인’했고, 이어 농민운동에도 뛰어들었다. 이씨는 농민운동사에 길이 남을 만한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여성농민으로서 ‘88년 고추파동’ 때 과격한 농민 시위를 주도한 것이다.

 

‘왕따가 되거나 개척자가 되거나’ - 눈총 받으며 시작한 유기농 재배에 몰두

이씨는 88년 고추파동 때 싸움을 이렇게 기억한다.

“88년 고추파동 싸움… 큼직한 싸움에 ‘이념’ 같은 그런 거창한 건 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마을 교육을 많이 다녔는데, 사람들은 폭삭 내려않은 고추 가격을 8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려 받는 것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을 주도해서 한 것뿐인데, 갑자기 제가 투사가 되었습니다. 전국 단위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었고, 전국여성농민회(전여농) 여성위원장, 그리고 전여농 초대회장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후 농민운동의 화두를 ‘친환경 농업’으로 던진 뒤 유기농 사업에 전념, 마침내 성공한 여성 농업인 CEO로 거듭난다.

이씨가 최첨단 농업분야인 유기농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남편이 유기농을 시작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90년대 초반부터 10년간 유기농에 몰두했어요. 그런 시간 속에서 농업도 이제는 소비자에게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행복한 고구마’가 무럭무럭 커가고 있는 행복한 고구마 농장(대표 김용주 이정옥 부부). 그 규모는 4만 여 평이 되고, 무려 150t이 생산되고, 수익만 3억 원이 넘는다.

결혼 초 이씨 부부는 양파, 마늘, 콩, 고구마를 키웠다. 그렇지만 퇴비와 병해충에 민감한 양파 수확이 기대에 못 미쳤다. 1000여 평의 밭을 임대해서 고구마로 작목을 바꾸기로 했다. 85년 중반에 염류 집적을 하지 않고, 발효 퇴비를 만드는 데 성공을 거뒀다. 

‘행복한고구마’ 유한회사로 -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인증 준비 한창

96년 ‘행복한 고구마 알알이 농장’을 설립했고, 이듬해 무농약 재배 인증을 받았다. 99년엔 농장 규모를 2만 평으로 확장했으며, 타지에 살던 김씨 동생 등 6가구가 10만 평을 확보해 고구마 농사에 합류했다. 2005년엔 유기재배 인증까지 받아 친환경 농법으로 고구마를 재배하는 공을 인정받아 2006년 농림부로부터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년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인증까지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엔 ‘농업회사 법인’을 만들려고 한다. ‘행복한 고구마’라는 유한회사를 만들어 생산·소비·유통을 엮어서 직거래 비율을 높이기 위해 투명한 정보화 구축사업을 한다. 특히 우리 농산물 급식을 하는 학교들이 많아져서 고구마 주문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씨 삶의 고비는 어땠을까. “지금이 힘들어요. 마을의 어떤 사람이 ‘친환경 인증’이 문제가 있다고 고발을 했어요. 사람이 성공을 하면 질투가 생기나 봐요.” 처음 당하는 경험이라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이씨는 그래도 전국 단위의 유기인증 1세대들이 겪었던 어려움인 ‘풀무원 사건’을 떠올리며 의연해한다. 이씨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농민은 농작물을 대할 때 무심하면 안 되고, 세밀하게 체크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위기관리’ 능력이 오히려 생겼다고 덧붙인다.

이씨는 2004년부터 마을 축제인 고구마 축제도 열고 있다. 이는 고구마 축제를 열면서 마을 내적으로 신과 흥을 돋우며, 마을 외적으로는 친환경 유기인증 고구마 생산 단지임을 과시한다는 1석 2조의 효과다. 무안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이씨는 인터넷을 활용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축제를 만들 것이란다. 농촌 정보화는 단순히 인터넷 세상을 만나는 게 아니고, 농작물 유통 채널로 인터넷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힐러리 같아요’ 딸 평가에 힘 솟아 - 강요 아닌 선택 방법 가르쳐

“저는 애들한테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키웠어요. 큰딸은 결혼해서 미국에 건너가 ‘플로리스트’가 되겠다며 공부하고 있어요. 둘째 딸은 연세대 천문학과 대학원에 다니고 있고요. 막내아들은 대학을 가지 않았어요. 지금 군대에 있는데,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막내아들은 ‘목공’을 배우고 싶대요.”

이씨는 최근 읽었다는 책, 스펜서 존슨의 ‘선택’의 한 토막을 들려준다. “원하는 일이 있다면, 먼저 범위를 생각하고, 그것이 필요한 일인가를 생각하며, 긍정적인 선택을 하라는 것이죠. 근데, 저는 스펜서 존슨의 충고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선택하는 스타일이에요. 원하고, 꿈꾸고 행복한 일을 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선택이 되더라고요.”

며칠 전 미국에 살고 있는 큰딸이 이씨에게 최고의 찬사를 했다며, 멋쩍은 듯 자랑을 늘어놓는다.

“큰딸이 얼마 전 힐러리가 쓴 책을 봤대요. 힐러리의 첫사랑이 지금 주유소 사장인데, ‘당신이 만약 그분하고 결혼을 했다면 주유소 사장 부인이 되었겠네요?’라는 질문에 힐러리는 ‘아니오. 그분이 대통령이 되었겠지요’라고 답했다는군요.” 이어서 큰딸이 이씨에게 “엄마의 삶이 힐러리의 삶 같다”는 얘길 했단다. 이씨는 아마도 딸에게 듣는 인생 최고의 칭찬일 것 같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 프로필

이정옥 대표 

78년 결혼과 함께 농사 시작 /80년 농민운동 활동시작 /90년 전여농 초대회장 /2002년 새농민상 /2004년 신지식농업인상, 무안팔방미인정보화마을 위원장(현) /농림부여성정책 자문위원 /전남 친환경농업 심의위원

‘행복한고구마’는  

대표 브랜드인 ‘행복한고구마’를 약 4만 평, 배추·무·당근·참깨·쌀 등 1만5000평 등 전 면적을 유기재배와 전환기 유기재배로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으며 이를 연중 유기 농산물 유통업체와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 후배 여성농업인에게

“노하우 찾도록 몰두하길”

처음엔 남편 덕에 농사를 짓게 되었고 농민운동도, 유기농업도 다 어깨너머로 배우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전문가가 되었다. 지금은 모든 업종에서 프로 정신이 요구된다. 생산에서 유통, 마케팅 그리고 경영 수업까지 받고 있는 지금은 미래의 농업에 희망을 발견한다. 무엇을 하든 자기가 하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여 몰두할 수 있으면 성공하리라 생각한다. 나도 10년을 생산에 몰두하였고 나머지는 스스로 단계적인 일들이 다가왔다.

자기의 역량과 재능대로 농업을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으며 이것이 농업의 조화로운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자기 농장에서 하는 대표 품목에 대해서는 생산하는 것에서 노하우를 발견할 때까지 몰두하기를 권한다. 자기만의 상품을 만들고 혼을 불어 넣을 때 자연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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