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우월주의 벽 허물어

세상은 움직인다. 거대한 물결과도 같이 세상은 사람들을 태우고 흘러간다. 그 물결은 결국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한 사람의 힘으로는 물결을 만들 수 없고 물결의 방향을 되돌릴 수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양성평등의 물결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여성은 가정, 남성은 일터’라는 식의 전통적 개념은 벌써 낡은 것이 되었다. 그동안 남성 우위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게 했던 남성 중심의 재산소유제도와 가계승계제도는 깨졌다. 우리나라에서는 58년부터 처가 남편으로부터 독립된 거래행위를 할 수 있게 되었고, 84년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을 비준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양성평등 입법이 이어졌다. 이혼 시 재산분할은 균등하게 이루어질 것이고, 2008년에는 호주제마저 없어질 것이다.

이러한 물결은 60년대에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 태동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정부가 저출산을 장려하면서 딸도 귀한 자식의 반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80년대 들어서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이제는 국민 스스로 자녀를 적게 낳기 시작했다. 딸 하나 가진 가정이 늘어나면서 여성도 똑같이 교육받게 되었다. 그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우수하다는 편견은 각급 학교, 각종 시험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여성이 그동안 열등한 대접을 받았던 것은 오로지 균등한 기회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휩쓸기 시작한 평등의 물결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사회 전반을 휩쓸 것이다. 저출산 시대에 태어나 동등하게 교육을 받은 세대가 취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여성 채용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기 위한 국민의 욕망은 더 커질 것이고, 이를 위해서 늦게 결혼하고, 늦게 출산하고, 자녀를 적게 낳는 풍조는 더 확산될 것이다. 평등의 물결도 더 강해질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진정한 평등이 실현될 것 같다. 여성이 경제적으로 동등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은 물론 남성과 동등하게 각 분야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물결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는 일부 남성이 가지고 있는 성차별 의식, 남성 위주로 형성된 문화, 남성 상급자의 은밀한 차별 등 물결을 거스르는 현상 등이 남아서 마찰을 빚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양성평등을 외쳐야 하고 왜곡된 부분을 찾아서 고쳐야 한다.

88년 여성신문 창간은 우리나라 양성평등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처음 물결이 조용히 흘러가기 시작할 때 홀로 외치던 신문이 이제 지령 900회가 되었고, 그동안 수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여성신문의 900회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이 사회에 진정한 평등이 조속히 실현되기를 다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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