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무산에 대한 단상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가 비상구 없는 시계제로의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헌재는 초유의 소장 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 지난 19일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단상 점거 농성으로 임명동의안 상정이 무산되면서 헌재소장 공백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음 본회의가 10월 10일에 잡혀 있지만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전효숙 후보의 자진사퇴 또는 대통령의 지명철회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 후보의 임명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무효이고, 전 후보는 법관으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을 포기했으며, 청와대의 임기 연장을 위한 꼼수에 편승해서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앞장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정부에 편향적인 판결 성향을 보인 전 후보는 헌재소장으로서는 부적합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또한 중대한 하자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헌법 파괴 행위이며, 국회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 후보가 이미 헌재소장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인준이 되더라도 권위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논리와 주장은 일견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막스 베버가 지적한 것처럼 합리적 및 합법적 권위의 행사는 ‘절차적 정당성’(procedure legitimacy)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보다 큰 틀 속에서 바라보면 이러한 주장은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고 오로지 보다 완전한 것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불완전한 인간들은 상대방과 대화하고 타협해서 자신들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 모두 완전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헌법 재판관 가운데 헌재소장을 임명하도록 해야 하는 지명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챙기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처음부터 절차상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인사청문회에 참여한 후에 스스로 이를 무효화하는 우를 범했다. 구성원들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극단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한 성숙한 의회 민주주의는 구현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후보 자진사퇴 또는 지명철회와 같은 비현실적인 방안을 제기하면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기보다는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소야(小野) 3당이 제안하는 수정 중재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헌재소장의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도 이제는 전면에 나서서 임명동의안 과정에서 발생한 미숙함에 대해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일조한 청와대 인사들을 신상필벌의 차원에서 엄중 문책해야 한다.

전효숙 후보자도 마냥 침묵으로 일관하기보다는 헌재소장이 되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정치적 중립과 이론적 엄격성을 지켜낼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국민 앞에 천명해야 한다.

내일신문-한길리서치가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44.8%가 전 후보 임명동의안의 국회 처리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야당이 전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인준해줘야 한다’는 응답은 25.9%였고, ‘대통령이 사과한 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비율은 18.9%였다.

반면,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전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35.6%였다. 한나라당은 이와 같은 여론을 열린 마음으로 직시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국민이 헌재소장의 장기 공백과 정기 국회의 공전 사태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동시에 소야 3당의 중재안을 수용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함께 보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절대 승자도 절대 패자도 없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될 수 있고,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는 의회 민주주의가 국민으로부터 더 이상 조롱거리로 전락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승패를 떠나 리더십과 정치력을 발휘해 조속한 시일 안에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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