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평범하지 않은 ‘전설적인’ 세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동시에 책으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책들을 차례로 읽어보면 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끝까지 사랑을 지켜냈던 비결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완벽한 자유 추구했던 실존주의자

‘천국에서 지옥까지’(헤이젤 로울리/해냄/2만3000원)는 역사상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했던 ‘세기의 커플’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사랑 이야기. 사르트르에게서 프러포즈를 받던 날, 평생 처음으로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난 보부아르는 일기장에  “이것이 바로 내가 기다리던 ‘삶’이었다”라고 쓴다. 각자의 사랑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완벽한 자유를 추구하려 했던 두 사람이 51년간의 관계 동안 만났던 연인의 수는 저자가 밝힌 것만 14명. 여제자인 올가, 비넨펠트와 기묘한 삼각관계에 빠지기도 하고 올가의 여동생·남편과 각각 관계를 맺는 등 두 사람의 관계는 평생 얽혔다.

14세기에 추측해 그린 아벨라르의 초상화와 클뤼니 미술·건축 박물관의 엘로이즈 조각상.
▲ 14세기에 추측해 그린 아벨라르의 초상화와 클뤼니 미술·건축 박물관의 엘로이즈 조각상.
엘로이즈와 아벨라르

중세 유럽 발칵 뒤집은 금지된 사랑

‘내 사랑의 역사’(제임스 버지/북폴리오/1만5000원)는 12세기 중세 유럽을 발칵 뒤집었던 ‘금지된 사랑의 주인공’,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를 추적한다. 두 사람은 가정교사와 제자로 만나 사랑을 나누고 비밀결혼을 한 후 아들까지 낳았지만 주변의 반대로 헤어져 수도원과 수녀원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15년이 지난 후 우연히 재회한 이들. 아벨라르는 과거의 사랑은 바람직하지 못한 육체적 쾌락 추구였다고 반성하지만 엘로이즈는 “수녀가 된 것은 하나님이 아닌 당신의 권유 때문이었다”며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이 밝혀진 것은 사망한 지 100년이 지난 후 발견된 편지묶음 때문. “내게 아내라는 이름보다 더욱 달콤한 것은 언제나 애인이라는 단어 또는, 그대가 허락하신다면, 정부나 창녀라는 단어일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16살 소녀가 보낸 첫 번째 편지라면 믿을 수 있을까. 

초창기 다정했던 시절의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
▲ 초창기 다정했던 시절의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

‘어린왕자’속 장미의 실제 모델

‘생텍쥐페리의 전설적인 사랑’(알랭 비르콩들레/이미지박스/1만1000원)을 읽다 보면 어린 시절 읽었던 ‘어린왕자’의 많은 장면이 오버랩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내게 향기를 주었고 나를 빛나게 해 주었어. 나는 그녀를 떠나선 안 됐던 거야!”라는 ‘어린왕자’ 속 글귀에 등장하는 ‘그녀’, 즉 어린왕자가 별에 두고 온 ‘장미’의 실제 모델이 그의 부인 콘수엘로였음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 세 번째 결혼이었던 콘수엘로에 대한 생텍쥐페리 가족의 반감 때문에 생텍쥐페리는 유럽에서 ‘독신’인 것처럼 포장돼왔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나눈 키스와 청혼 후 꿈처럼 시작된 이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방랑벽이 있고 항상 여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던 생텍쥐페리는 도망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했고 콘수엘로 또한 벗어나려 애쓰면서도 결국은 다시 돌아와 그를 기다리곤 했다. “고집스런 작은 게처럼 날 꽉 잡고 있어줘서 고마워”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마지막 비행에서 실종된 후에도 그의 기다림은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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