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트리 스피박의 ‘교육기계 안의 바깥에서’

‘다른 세상에서’ ‘포스트식민 이성비판’으로 유명한 포스트식민주의의 거장 가야트리 스피박의 신간 ‘교육기계 안의 바깥에서’(갈무리)가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국주의 인식의 폭력’은 지식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작용하는 거대한 ‘교육기계’ 안에 위치해 지식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 전반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스피박은 ‘초국가적 문화연구’라는 영역을 새로 제안하고 ‘해체론적 마르크스주의적 페미니즘’이란 그의 이론을 배경으로 한 문화연구 방법론을 제시한다. 푸코와 데리다 등 철학과 페미니즘 외에도 문학작품,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그의 이론을 대입시킨다. ‘초국가적 문화연구’를 통해 그는 미국적 다원주의가 유포시킨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이나 제3세계적 민족주의의 정치 일변도적 경향 모두를 비판한다.

스피박은 또한 ‘안과 밖의 경계를 새로 설정하려는 움직임은 페미니즘에서도 필수’라며 포스트식민주의 시대에는 제3세계 페미니즘이 바깥에 머물면서 구미 학계 중심을 비난하거나 그 안에 포섭돼 제도권화하는 두 방향 모두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보부아르의 ‘어머니’, 엘렌느 식수의 ‘메두사의 웃음’ 등 페미니즘의 고전적 텍스트를 다시 해석한다. 그에 따르면 보부아르의 이론에 나타난 어머니는 임신하고 출산하는 ‘생물학적 어머니’가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에서 대상화된 존재가 놓인 상황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문화연구가로서 인도영화 ‘발생’과 토리 모리슨의 소설 ‘빌러비드’(Beloved), 샐먼 루시디의 ‘악마의 시’와 쿠레이시의 소설을 스티븐 프리어스가 영화로 옮긴 ‘새미와 로지가 섹스를 하다’ 등 제3세계 작품에 대한 문화비평도 실었다.

인도 출신의 스피박은 미국 학계의 중심부인 컬럼비아 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제3세계적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제시하며 21세기 지식 생산 구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가야트리 스피박 지음/ 태혜숙 옮김/ 갈무리/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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