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현재는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작전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제는 한국이 이를 단독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무현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작통권 환수는 한·미 동맹을 와해시킬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쟁 억지력을 약화시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만약 노 대통령이 작통권 환수를 밀어붙인다면 국민투표를 통해서라도 저지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 측 “문제없다” 밀어붙이기

한편 정부·여당은 작통권 환수는 지난 20년 동안 준비하고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체계적으로 추진해 온 일이며, 확고한 한·미 동맹의 토대에서 진행되고 있고, 미국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노 대통령이 전시 작통권 환수를 강조하면서 그동안 제시한 핵심 논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자주국방의 핵심이다. 즉, 자주국방이야말로 자주 국가의 꽃이기 때문에 전시 작통권은 ‘자주국가’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라는 것이다.

외국 사례 벤치마킹 철저 검증

노 대통령은 2005년 10월 국군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전시작통권 행사를 통해 명실상부한 ‘자주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고, 같은 달 21일에도 “근본적으로 ‘자주국가’의 위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자주’를 강조했다. 둘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나라의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자기 나라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지 않은 유일한 나라인데 작전통제권이야말로 주권에 바탕을 둔 자주국방의 핵심인 만큼,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꼭 갖춰야 될 국가의 기본 요건이라는 것이다. 셋째, 국군통수권에 관한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바로잡는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대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작통권 환수, 주한 미군기지 이전, 북핵 미사일 문제 등 첨예한 외교 안보 사항에 대해서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국가 안보에서는 1%의 오차가 있어서도 안 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여야가 국가 안보 문제에서 초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중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나라들의 경험과 관행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여당은 정부를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 못지않게 정부 정책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방관은 과연 옳은 것인지, 작통권을 환수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전쟁 억지력 약화를 강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어떤 방식으로 충당할 수 있을지, 과연 2012년이 작통권 환수에 적절한 시기인지 등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 서서 정부를 추궁해야 한다.

반면,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입장에서 정책을 평가하는 관용성을 보여야 한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자주’를 비판만 하지 말고, 야당도 자주 국방을 달성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을 갖고 정부를 비판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한나라당은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은 “한·미 양국의 동맹관계를 보다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긍정적이고 자연스런 과정”이라고 밝힌 것이 무엇을 함의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정파 떠나 국익 생각해야

민주주의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전제로 한다. 자신이 완전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관용을 베풀고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보다 완전한 것을 향해 나가기 위해 상대방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이러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때만이 갈등과 대립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첨예한 쟁점에 대해서도 합의를 도출하여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소리 지르고 편 가르고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정치다. 이제 우리 정치도 상대방의 역할을 인정하고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익을 위하고, 역사에 책임을 지는 성숙한 정치를 펼칠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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