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소년… 분단 아픔… 그리고 희망이…
바닷가 소년… 분단 아픔… 그리고 희망이…
  • 박윤수 기자 birdy@
  • 승인 2006.08.18 11:13
  • 수정 2006-08-18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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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와 장수매

‘노란 우산’과 ‘백두산 이야기’ 등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류재수씨가 5년 만에 신작 ‘돌이와 장수매’(나미북스)로 돌아왔다. 이번 책은 색채의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갈색 계열로 명암의 대비와 미묘한 톤, 빛의 변화를 표현하는 독특한 그림체와 서정적인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분단의 아픔과 희망이라는 주제가 눈길을 끈다.

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선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뒷산 소나무 숲에 사는 장수매는 마을을 지켜준다고 알려진 존재다. 장수매는 마을 사람들에게 고깃배가 들어올 때를 알려주고 마을을 습격한 수리떼를 물리치며 자신을 겨눈 화살을 녹슬게 하는 등 영험한 능력을 갖고 있다. 장수매를 좋아하는 소년 돌이는 고기잡이를 떠난 아버지가 해적들에게 잡혀간 뒤 어느 날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꿈에서 깨어 이른 아침 언덕에 올라간 돌이는 자신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는 장수매를 보고는 희망을 키운다.

이 책은 여타의 그림책처럼 극적인 사건이나 클라이맥스도, 권선징악의 교훈적 메시지도 없다. 바닷가 마을에 사는 소년 돌이의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다루고 있을 뿐. 그러나 돌이에게 찾아온 이별의 아픔은 이산가족을 상징하고 고기잡이를 떠난 아버지의 배가 해적떼에 끌려가는 부분은 민족 분단이 외세의 폭력에 의한 것임을 암시한다. 작가는 또한 마지막 부분 돌이가 장수매를 바라보는 모습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책 속에 담긴 의미에서 보듯이 이 책은 어린이책(children book)이 아닌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픽처북’(picture book)을 표방한다. 여타의 어린이 그림책에서 흔히 보이던 귀여운 이미지나 화려한 원색의 색채를 지양하고 갈색 계열의 어두운 색상을 사용해 붓질에 의한 빛의 명암, 톤의 미묘함을 살려냈다. 작가는 희망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한동안 고전주의 회화를 탐구해 바다와 하늘의 깊은 공간감을 사실감 있게 담아냈다.

작가가 ‘돌이와 장수매’에 대한 모티브를 얻은 것은 오래 전 사할린 섬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용된 한인들의 모습에서였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던 동포 노인을 바라보며 사할린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설 속의 ‘장산곶매’를 떠올렸다고.

주인공 ‘돌이’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우리들이고 ‘수리떼’는 우리의 터전을 위협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이며 ‘장수매’는 암울한 시대마다 빛을 밝혀주던 선각자들을 상징한다. 돌이의 가족사는 곧 현재진행형인 우리의 역사인 것이다. 류재수 지음/ 나미북스/ 1만8000원

작가 류재수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1세대인 류재수씨는 많은 작품을 그리진 않았지만 세계 여러 도서전과 그림책 전시회에서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다. 특히 ‘노란 우산’(재미마주)은 2002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에 뽑혔고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IBBY)가 선정한 ‘지난 50년간의 세계 우수 그림책 40권’에 선정되는 등 우리 그림책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렸다. 한민족의 정기로 상징되는 백두산을 소재로 한 건국신화 ‘백두산 이야기’(통나무)는 우리 현대 그림책의 효시로 여겨지는 작품. 일본에서 출간돼 ‘노마 그림책 상’을 받았으며 동시에 무대극으로 꾸며져 순회 공연돼 재일교포 사회에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류재수씨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해송’이라는 탁아운동단체에 동참하면서 우리 어린이 문화와 현실에 눈을 떴고 미술교사 시절 대안 미술 교육으로서 ‘내가 만든 그림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원에서 그림책 강의를 하면서 남북 어린이 문화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그 외 저서로는 ‘자장자장 엄마 품에’(한림), ‘눈사람이 된 풍선’(보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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