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감시기구, 5년간 12개국 ‘학대보고서’ 발표
정부가 나서 최저 인권기준 위배 고용자에 책임 물어야

국제인권감시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양탄자 밑을 쓸다: 전 세계적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학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모로코,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토고, 아랍에미리트연방, 미국 등 12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성 및 아동 가사노동자(Domestic workers) 학대에 대한 2001년부터 5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들은 심각한 학대와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으며, 육체적·성적 학대, 강제 구금, 무임금 노동, 식사 및 건강관리 부재, 과도한 근로시간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RW의 여성분과 선임연구원인 니샤 바리바(Nisha Varia)는 수많은 여성이 손쉬운 경제활동 기회 중 하나인 가사노동에 뛰어들고 있으며,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학대는 이들을 고용하는 개별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어 ‘가정폭력’처럼 사회적으로 노출이 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강제노동 또는 인신매매에 의한 노예와 같은 강제 가사노동 상태 같은 최악의 경우도 발생한다.

가사노동자에 대한 학대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HRW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필리핀 대사관에서는 매년 수천 건의 가사노동 학대에 대한 신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6세 이하 소녀들의 경우 근로직종 중 가사노동 종사자가 가장 많으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약 7만 명의 아동 가사노동자가, 엘살바도르의 경우 14~19세 사이 2만명 이상의 여성 가사노동자가 있다고 추정한다.

HRW에 따르면 여성 이주자의 숫자는 지난 30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이들은 전 세계 2억여 명 이주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특히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에서는 여성이 합법 이주자의 60~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 이주자들 중 다수는 중동이나 아시아에 가사노동자로 고용되고 있다.

보고서는 정부가 나서서 가사노동자들을 위한 근로조건을 규제하고 최저 인권 기준을 위배한 고용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을 제정할 것을 강조한다. 홍콩의 경우 가사노동자의 최저임금, 주당 휴일, 출산휴가, 공휴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노동법을 제정했으며, 싱가포르의 경우 가사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반영하여 가사근로자에 대한 폭행, 감금의 경우 1.5배 더 강력한 형벌에 처하고 있다. 반면 말레이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민법의 경우 가사노동자들을 학대하는 고용주로부터 빠져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반면,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약화시키고 있어 법 개정이 요구된다.

보고서는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보호 확대와 최저 근로조건 설정, 학대적인 노동 관행에 대해 고용자와 인력 파견업체에 책임을 묻도록 할 것을 각국 정부에 강조하고 있다. 또한 아동 가사노동을 포함한 최악의 아동노동 형태를 근절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9월로 예정된 유엔 총회의 이주와 개발에 관한 고위 간담회는 각국 정부 간 협력증진을 통해 가사노동 이주와 관련된 학대 방지를 주요 안건으로 다룰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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