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다민족 다언어 공동체 꿈꿉니다”

이시하라 히로코, 62세, 그녀는 요새 신이 나 있다. 그녀의 숙원이던 일본어 그림책을 다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문화청 위촉사업으로 지정받았기 때문이다. 적지만 조성금이 나오고, 번역에서 가장 걸리는 저작권 문제에 어느 정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좋은 그림책을 외국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고 싶지만 문제는 저작권이다. 이시하라씨는 아예 일본아동도서출판협회를 움직여 저자와 직접 교섭해가면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

이시하라씨는 도쿄 거주 8년째, 오사카에서 오래 살았다. 해외생활 2년, 고등학생이던 아이를 유학시키고, 외국인 학생을 홈스테이 시킨 경험에서 외국생활에 언어가 가장 절실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보육사 자격증이 있으나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면서 어린이용 도서 전문 출판사에서 10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육아가 일단락된 후 그녀는 일본어 교사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을 받았다. 오사카는 재일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나 고령자 가운데에는 읽고 쓸 수 없는 사람이 많았다.

그 해 이시하라씨는 오사카시와 공동 주최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일본어를 가르치는 사업을 시작한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왔는데, 이 수업이 오사카시 최초의 외국인 대상의 일본어 교실이었다. 외국인에게 일본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자치단체의 일이라고 생각되기 이전이었다.

98년 도쿄에 온 후, 이듬해 이시하라씨는 메구로구에서 ‘일본 국적 구민과 외국 국적 구민이 교류와 상호 학습을 하며 지역에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일본어 모임 ‘크레용’을 만든다. 일본어 수업, 어린이와 함께 하는 활동, 연수회, 그밖에 다양한 문화체험을 일본인 주민과 외국인 주민이 함께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의 해외근무로 아이들과 함께 이국땅에 온 여성들은 언어도 모르고 사회 참가도 불가능한 환경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언어나 환경에 적응이 빠른 아이들보다도 뒤처져서 결국은 가족을 지원하던 역할조차도 제대로 못 한다는 자괴감에 빠지기가 쉽다. 그런 여성들이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돕는 것이 이시하라씨의 일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