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쌀브랜드 1800개 이상이 브랜드 부각 못시켜 구매까지 연결 안돼
밥맛 큰 차이 없는 수입산 맞서 고부가가치·대표 브랜드 쌀 개발 시급
지난 상반기 수입된 밥상용 쌀은 미국의 칼로스 5500톤(t), 중국의 칠하원 1만2760t, 그리고 태국 쌀 3293t으로 총 2만1564t이며, 이중 칼로스와 칠화원은 벌써 동이 났다. 수입 초기 초라한 판매 상황과는 완전히 달라진 양상이다.
반면 지난해 11월 농촌진흥청이 선보인 명품 쌀 ‘탑라이스’는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현재 평균 60%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10월 햅쌀 출시 전까지 판매하지 못할 경우 재고로 남게 된다.
이에 농진청은 “정부가 생산하는 쌀이다 보니 타 브랜드 쌀과 달리 홍보에 어려움이 많다”며 “탑라이스는 처음부터 매출보다 국산 쌀의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발 품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탑라이스의 부진을 바라보는 농가 및 판매상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정부 말대로 국산 브랜드 쌀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제품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내 브랜드 쌀이 난립하는 상황도 한몫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쌀 브랜드는 1873개, 이 중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인증 받은 브랜드는 243개로 소수에 불과하다. 한 지역에서도 여러 개의 브랜드가 출시되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은 국내 ‘브랜드 쌀’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쌀 구매 시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소비자는 7.4%에 불과했다.
브랜드 쌀을 가공·판매하는 ㈜라이스텍 윤명희 대표는 “각 지자체에서 내놓는 쌀의 품질은 어느 정도 평준화된 상황에서 가격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었다”며 “가공 등 기술이 첨부된 고부가가치 쌀과 이를 대표할 브랜드가 개발되지 않고서는 수입 쌀에 계속 밀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30대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친환경·기능쌀 판매는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이천, 철원 등 전통적 쌀 명산지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낮아지는 대신 가격 대비 품질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쌀 가격은 40㎏ 기준으로 중국산 5만 원, 칼로스 5만5000원, 국산 7만9500원 수준이며, 탑라이스는 5㎏ 기준 2만3000원으로 타 국산 브랜드 대비 두 배의 가격이다.
농진청은 9월 중 생산단체 중심으로 ‘한국탑라이스협회’를 설립해 적극적인 제품 홍보에 나서는 한편 ‘고품질 브랜드 쌀 육성대책’을 통해 2010년까지 쌀 브랜드를 100개 안팎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한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 4일 밥상용 수입 쌀이 시판된 이후 7월 말까지 전국적으로 수입 쌀 원산지 특별단속 결과 19건을 적발해 발표했다. 이중 중국 쌀 혼합 판매(10건)가 가장 많았으며, 원산지 허위표시(7건), 미국산 칼로스로 떡을 해서 국산으로 허위표시 한 사례 등으로 대책이 요구된다. 정부는 2008년부터 식당 메뉴판에 수입 쌀 밥 표시를 하는 ‘음식점 쌀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