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도 빙산에 무너져
첨단과학도 빙산에 무너져
  • 이종호 / 과학국가박사·과학저술가
  • 승인 2006.08.11 15:03
  • 수정 2006-08-11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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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호의 최후-2
타이타닉호의 비극이 유명한 것은 아수라장 속에서 끝까지 키를 잡고 배와 함께 죽음을 맞는 선장, 그대로 침대 속에서 죽음을 맞는 노부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들 등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20세기 최대의 감동적인 드라마가 극히 짧은 시간에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로저 브리쿠를 비롯한 연주자들은 갑판이 기울어 서 있을 수 없을 때까지 찬송가 ‘가을’을 연주했다. 이 연주자 가운데 구조된 사람은 없다. 당대 최대의 갑부 중 한 명인 이시도와 아이다 스트라우스 부부는 구명보트의 자리를 제공받고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남들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특혜를 받고 싶지 않소.”

그의 부인 아이다 스트라우스도 똑같이 자리를 거부했다.

“난 남편과 헤어지지 않겠어요. 우리는 함께 살았듯이 또 함께 죽을 거예요.”

그들은 함께 맞을 마지막 순간을 위해 선실로 내려갔다.

새벽 2시 10분, 선미 부분이 45도 각도로 물 밖에 나와 있었다. 이후 배는 두 동강이 나기 시작하며 빙산과 부딪친 지 2시간 20분 만에 구명보트에 탄 사람들과 물에 빠진 사람들은 25층 높이의 타이타닉호의 거대한 고물이 바다 위로 들어 올려져 잠시 공중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보았다. 새벽 2시 20분 고물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동이 트기 시작하자 사건 현장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영하 2도나 되는 차가운 물에서 몇 시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타이타닉호의 비극은 배 앞쪽의 수면 아래 오른쪽 부위가 빙산에 부딪쳐 크게 파손되면서 물이 찼고, 방수 칸막이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함으로써 선두가 기울어져 무게에 의해 선체의 중간 부위가 두 동강이 났기 때문에 일어났다. 배가 타이타닉처럼 두 동강 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타이타닉의 선체(hull)에서 수거한 선체의 일부 강철 조각을 분석한 결과 타이타닉 호가 세미킬드강으로 제조되어 연성파괴에서 취성파괴로 전이되는 천이온도를 인(P)과 함께 높였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천이온도가 높다는 것은 선박이 특수한 여건에서 갑작스럽게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냉장고에서 딱딱하게 언 엿과 상온의 물렁물렁한 엿을 생각하면, 딱딱하게 언 엿의 경우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지지만 물렁한 엿은 늘어나면서 충격에너지를 흡수한다. 이때 딱딱하게 언 엿을 취성이 크다고 하고 물렁한 엿을 연성이 크다고 한다. 타이타닉호가 빙하와 충돌 시 해수의 수온이 영하 2도였으므로 타이타닉호의 선체는 충돌 시 에너지를 흡수하기에는 이미 너무 딱딱하게 언 엿처럼 되어 있었다. 즉 작은 충격에도 쉽게 쪼개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마디로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것은 단순히 빙산과의 충돌 때문만은 아니라 그 당시의 제강기술의 한계와 파괴 역학적인 설계 개념의 미비, 과속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종합적인 재앙으로 분석한다. 당시로서는 최첨단 과학 기술을 도입하여 타이타닉호를 건설했지만 당시의 과학이 빙산과의 충돌까지 고려할 수준이 못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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