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의 장맛비와 태풍 에위니아의 영향으로 강원지역은 물폭탄을 맞아 그 참상을 눈 뜨고 바라보기가 민망했다. 산골 집도, 사람도 간 데가 없어 황당하다. 홍천에 있는 아는 사람도 집이 떠내려갔다고 하고 평창에 있는 후배네는 연락이 두절이었다.

큰 바위가 굴러 내려오고 큰 나무 둥치가 물에 그대로 떠내려갔다. 하천과 강은 성난 물살을 감당하지 못해 항복을 하고 말아 강토는 쓰레기와 진흙탕으로 변하고 말았다. 인명 피해도 많았지만 수재민이 아직도 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그들을 보는 우리들도 여전히 송구하다. 복구 도중에 또 폭우가 와서 그동안의 노력이 무산된 곳도 많은데 8월에 더 큰 폭우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예보가 있으니 무척 두렵다.

갈무리 잘한 곳, 잘못한 곳

인제는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인데 바로 옆에 붙어있는 양구와 횡성에는 강우량은 인제보다 더 많았어도 피해는 아주 적었다고 하니 두 지역의 상황은 어떻게 달랐다는 건가.

몇 년 전부터 강원도에 들어가면 눈에 띄는 것이 개발건설 현장들이었다. 수려한 산들과 마을, 태산준령을 뚫고 하늘을 가르며 연결되고 있는 고속도로 공사가 몇 년씩 계속되고 있고 산을 깎은 곳에 아파트 부지와 크고 작은 집 단지들이 들어서는 모습들이다.

파헤쳐진 산 모양새는 상처 입은 속살을 드러낸 몸처럼 보기도 흉하고 안쓰럽다. 신작로와 이에 접한 절개지들은 그 기반을 허술히 하여 아스팔트 길은 이번 비에 많이 떠내려갔고 절개지들은 무너졌다. 나도 주말마다 지나가는 길에 절벽같이 높은 절개지 구간이 있는데 비라도 올 때 지나가노라면 항상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시작을 했으면 갈무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무리를 어떻게 잘 하는가가 인제와 양구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내가 용산에서 산 지 17년째인데 해마다 늦봄이면 맨홀에 기계를 집어넣어 하수 찌꺼기를 걷어내고 여름을 대비하는 데 참 잘한다고 늘 생각을 했다. 우리 지역은 위치로 따지자면 한강보다 저지대인데도 그동안 물난리 한번 나지 않은 것도 갈무리를 잘한 덕이라고 본다.

자연경관 지키는 일 도와야

이제 비수재민은 이번에 물폭탄을 맞아도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은 땅에 살고 있다는 행운을 감사하면서 수해지역 이재민에게 여러 방법으로 따뜻한 온정을 베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강원도는 자연생태와 경관이 재산이다. 앞으로는 경제력을 갖고 있는 대도시는 강원도와 같은 지역이 그 자연을 그대로 유지 관리할 수 있도록 솔선해서 지원해야 한다. 도시의 웰빙 후방은 그들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상부상조 하지 않으면 어느 지방이 개발을 마다할 것인가. 강원도는 수려한 자연을 기반으로 하여 세계를 불러들이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번 물난리에 관해서는 누가 허가를 했는지, 누가 감리를 잘못했는지 등 책임 소재는 분명히 가리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주민소환제가 꼭 필요하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