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싱글대디’ 가정, 무엇이 문제인가

“아이가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는데 허락을 해야 하나요?”(40대·싱글대디 예정자)

“친구의 부모와 일단 통화하세요. 양쪽 부모의 허락이라는 원칙만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잖아요.”(40대·싱글대디 경력 3년차)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친구를 만나보세요. 가장 빠른 방법이죠.”(지도강사)

지난 15일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가 진행한 ‘싱글대디 학교’에 혼자 아이를 키우는 2050세대 아빠 10명이 모였다. ▲자신 바로 알기 ▲변화하는 남성문화와 나 ▲좋은 아버지 되기 등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이날, 참가자들은 기억 속의 아버지를 통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딸의 이성교제’ ‘가출한 아들과의 관계 회복’ 등 경험에서 우러난 양육 정보를 서로 교환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싱글맘과 함께 싱글대디가 증가하면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서 ‘좋은 아빠’가 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싱글대디 가정은 24만2000가구로 싱글맘 가정(100만5000가구)에 비하면 소수이다. 그러나 싱글대디 가정은 2000년(22만4000가구)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적극적으로 상담 및 교육기관을 찾는 예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혼하고 7세와 5세 남매를 키우는 이병욱(43·직장인)씨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금은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사랑을 많이 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는 이씨. 그는 이혼 당시 직장도 함께 그만뒀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아빠를 선택하면서 “이혼남성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직장 분위기가 가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싱글대디들은 전셋집을 구하거나, 학교 급식당번에 참석할 때마다 ‘남자가 오죽 못났으면…’ 하는 사회적 편견과 마주친다.

양육에 있어서도 싱글맘들과는 다른 형태의 문제를 겪는다. 싱글맘들이 자녀의 학습 부진과 문제행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반면 싱글대디들은 가사, 요리, 자녀 목욕시키기, 옷 입히기, 머리 빗겨주기, 준비물 챙겨주기 등 일상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싱글대디들은 가정 문제를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황은숙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장은 “양육 상식이 없는 싱글대디의 경우 부정적 경험의 소유자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아버지가 사용했던 양육방법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며 “이 같은 현상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 바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가사도우미, 양육도우미, 학습도우미 등 재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 시대에 출산 장려만큼 중요한 것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며, 한부모 가정 아이들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지자체별로 싱글대디 가정에 양육도우미를 파견하고 있다.

황은숙 소장은 “한부모 가정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에겐 양육 재가서비스 못지않게 심리적 치료가 필수”라며 다양한 서비스를 총괄 지원하는 ‘한부모가정지원센터(가칭)’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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