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30대 여성들의 ‘행복한 리더’론

행복은 영원한 화두다. 여성신문은 행복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 방담의 공간을 마련한다.

그 여섯 번째는 30대 여성 리더들의 행복론이다.

일시와 장소 2006년 7월 12일(수) 저녁 7시 여성신문사 회의실

진  행 이은경 편집국장

방담자 박성혜 서울시늘푸른여성지원센터 소장 / 이유진 한겨레신문 기자 / 정용실 KBS 아나운서 / 정현경 중앙ICS(여성포털 젝시인러브) 사장

진행:언제 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정용실:내 삶은 일, 가정, 나 자신, 타인 이렇게 4개의 축을 갖고 있다. 한 축의 우선순위에 따라 다른 축이 너무 찌그러들지 않는 선에서 행복을 경험한다. 아이에게 희망을 발견할 때, 남편에게 힘을 줄 때, 동료가 나로 인해 힘을 얻을 때 등 관계 속에서 행복을 맛본다.

박성혜:나 역시 관계 지향적인 행복을 맛본다. 특히 아이와 즐겁게 놀 때 행복하다.  

이유진:몇 년 전부터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타인과 관계 맺기를 할 때 사심 없이 느낌이나 감정을 받아들이고, 관계 회복을 하며 상대방과 완벽한 의사소통이 되었을 때 행복을 느낀다. 근원적인 행복은 아니더라도, 순간적인 행복은 자주 느끼는 편이다. 

진행:행복을 주는 상황과 대상은 바뀌기 마련이다. 

정용실:10년 정도 관계가 쌓이고, 사람에 대한 확신을 주고받을 때 관계가 탄탄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관계의 탄탄함이 행복을 준다. 10년 정도 일하면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입사 동기인 남편은 내 고민을 알고, 함께 고민을 나눠주었다.

정현경:20대 중반에 남편을 만나 처음 사랑이라는 것을 해봤다. 환희를 느끼며 너무 행복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이제는 관계 속에서 끈끈하고, 그냥 바라보면서 따뜻하고 가득 차 오르는 느낌이 든다. 가족이 함께 모여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볼 때 행복을 느낀다.

 

진행:관계 자체도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인정해주는 미소 하나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정용실:원래 행복은 소박한 것이다. 아나운서는 치열한 경쟁구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가 ‘내가 왜 아나운서를 하나’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많이 했다. 시청률, 인터넷 검색순위 등에 연연하지 않고 나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아나운서 10년 생활 만에 아이를 낳고 안식년을 가졌다. 그때 여성학을 공부했다. 당시 아나운서라는 것이 감사할 만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복직했다. 이처럼 행복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유진:소규모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 즉 상대방과의 자산 가치를 공유하면 행복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취재차 공동체 탐방을 많이 다니는데,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모였을 때 행복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개인이 꿈꾸는 행복과 타인이 꿈꾸는 행복을 맞춰가는 것이다.

박성혜:비합리적인 신념을 합리적인 신념으로 바꿀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선보러 갔을 때 내가 딱지를 맞았다면 ‘그날 온 사람은 별로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웃음)

이유진:어느 날  명상을 하면서 이런 직관이 떠올랐다. ‘아, 나는 더 이상 옛날의 내가 아니다. 영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숙한 인간이야’라고 말이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완전히 다르다는 깨달음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고, 행복의 시작이다.

진행:가끔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정현경:수용력을 넓히려고 한다. 과거엔 공동체 의식은 옳은 것이고, 개인주의는 옳지 않은 것이라는 대립적인 생각을 했다. 그랬을 때 내 의식에 비추어서 옳은 길을 가지 않을 때 그런 생각이 내 발목을 잡는다. 옳고 그름에 대한 대립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

박성혜:남편은 글 쓰는 사람인데, 한동안 남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다가 남편이 한 달 동안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2주 동안 날개를 단 듯했다. 그러다가 가전제품부터 고장나기 시작했다. 문득 남편이 아쉬워졌다. 한 달 만에 돌아오는 남편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갔는데, 남편을 보면서 설렘을 느꼈다. 그래서, 부부 간 거리 두기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정용실:30대 중반, 일과 결혼의 권태기가 동시에 왔다. 남편이랑 나랑은 ‘노터치’ 하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정도 지나니까 자연스럽게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유진:30대 중반엔 개인의 욕망과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 사이에서 갈등이 심화된다. 개인과 커뮤니티와의 적당한 공간을 가지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다른 사람한테도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냉담하게 대해야 여유를 갖게 된다. 그래야 쉴 공간이 생긴다. 

정용실:5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책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책 읽는 게 삶의 탈출구가 되었다. 10년 만에 소설을 읽으면서 삶, 자살, 친구와 우정, 행복, 믿음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스팔트처럼 딱딱해진 내 감정의 상태가 순수하고 말랑말랑해지기 시작했다. 30대 중반에 남들한테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유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나를 순수하게 드러낸 점이 오히려 사람들한테 다가간 것 같다.

박성혜:그런 탈출구는 필요하다. 가족 안에서도 심리적 거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식에 대한 집착이 된다. 엄마든 아이든 밀착된 관계는 모두 힘들어진다. 

진행:30대, 인생에 대한 명확한 자각이 오기 시작하는 때라고도 한다.

박성혜:높고 이상적인 행복을 꿈꾸다가 30대 말에 오면서 일상의 행복, 거창하지 않은 행복을 느끼게 된다. 

정용실:나의 경우엔 항상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자기도취일 수도 있지만, 운이 좋다고 그렇게 자주 생각하는 편이다.  

박성혜:행불행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정현경:행복의 최고 가치로 성공, 명예, 성취 등 어떤 틀을 만들어 놓는 것이 바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용실:미디어가 행복의 신화 혹은 행복의 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진행:이제, 행복한 리더에 대한 역할모델에 대해 얘기해 보자.

박성혜:한명숙 국무총리를 보면 혁신적이면서 부드러운 면모를 가지고 있다. 요즘 리더는 ‘진취적’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으로 세상을 이끈다.

이유진:카리스마와 전투적인 리더십도 나와야 한다. 다양한 여성 리더십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정용실:(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님은 아이들하고 서로 반말을 하고 지낸다.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어디에도 잘 융화되는 스타일이다. 리더는 전형적이지 않아야 한다.

정현경:사업을 해서인지 직원들한테도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목적 의식적’으로 사람을 만나라고 얘기한다. 회사엔 두 종류의 직장인이 있다. 일을 만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 차이는 결국 ‘관계성’에서 나온다. 관계 속에 진실성이 있어야겠지만, 처음엔 다가갈 때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뚜렷한 리더상이 없다.

진행:방담회를 마무리하며, 행복의 비법이나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은 어떨까.

박성혜:어떤 일이 닥치면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행복해지는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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