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여름 공포영화 코드는
최근 공개된 ‘아랑’(감독 안상훈)과 ‘아파트’(감독 안병기)는 ‘성폭력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소녀의 원한과 복수’라는 공통된 주제를 담고 있다. 영화 ‘아랑’에서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던 두 형사 소영(송윤아)과 현기(이동욱)는 9년 전 성폭행을 당한 뒤 실종된 소녀의 원혼과 마주친다.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중심에는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그를 돕겠다고 나섰다가 폭력적으로 변한 주민들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장애인 소녀 유연(장희진)이 있다. 특히 두 영화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귀신과 인간세계를 연결하는 중계자로서 여성을 등장시킨 것. ‘아랑’의 모티브가 된 ‘아랑전설’에서 아랑의 원혼을 풀어주던 사또는 여형사 소영으로, ‘아파트’의 원작 만화 속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남성 주인공은 여성(고소영)으로 바뀐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여성을 희생자로만 그렸던 기존 공포영화에서 벗어나 여성 캐릭터에 입체적인 역할을 부여한 것은 올해 공포영화에서 진일보한 면”이라며 “여성 희생자의 원혼을 풀어주는 자매애를 발휘한다”고 분석했다.
▲ '아파트' |
한정된 제작비와 이미지 관리를 염려한 대스타들의 기피로 신인 여배우 일색이던 공포영화의 주인공으로 30대 이상의 중견 여배우들이 대거 등장한 점도 눈에 띈다. 4년 만의 컴백작품으로 공포영화를 선택한 ‘아파트’의 고소영과 ‘페이스’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공포영화에 도전한 ‘아랑’의 송윤아 외에 ‘스승의 은혜’에서 교사 역을 맡은 오미희와 ‘신데렐라’의 도지원 등 연기력을 인정받는 중견 여배우들의 동참이 속속 이어졌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30대 여성 주인공 공포영화가 유행하는 것은 공포영화의 관객층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공포영화 속 주인공이 백화점 디스플레이어, 성형외과 의사 등 여성들이 동경하는 전문직 여성이라는 점도 여성 관객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전설의 고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