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아들이 시험 볼 때 일이다. 지금껏 1등은 남의 일로만 여기던 아이가 친한 친구가 전교 1등을 꿈꾸는 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자기도 한번 1등을 해보겠다고 스스로 책상에 앉았다.

엄마가 백번 말하는 것보다 친구의 한마디가 큰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신기했다.

보통 때 같으면 식사 후 책상에 앉기까지 참 긴 시간이 필요한 아이가 밥 먹자마자 공부하는 모습에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난 이게 바로 천국이구나 싶었다. 마침 아이가 물 마시러 나오자 난 내 행복감을 감추지 못하고 말로 표현했다.

“지훈아, 천국이 따로 없다. 엄마는 너를 위해 맛있는 것을 만들고 너는 알아서 공부하고. 이게 바로 천국이야!” 이 말에 아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본다.

“엄마, 천국에서도 공부해요? 그럼 나 천국 안 갈래요!!” 기대와 전혀 다른 황당한 반응에 모처럼의 행복감이 싹 가셨다. 엄마의 분위기도 못 맞춘다고 삐친 얼굴을 했더니 “알았어요. 여기가 천국이에요, 천국” 하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좀 더 있다가는 들어가 공부하라는 말만 듣게 된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기라도 하듯.

아이들과 부모는 전혀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여름이 되어 연세대 어학당에는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교포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러 왔다. 하루는 ‘아무리 부모여도 미울 때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순위를 정해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1위는 부모가 공부하라 잔소리할 때, 2위는 자기를 다른 아이와 비교할 때, 3위는 자기를 믿어 주지 않을 때 순이었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한국 부모라면 절대로 바뀌지 않을 내용이라는 생각이 먼저 스친다. 외국에서 교육시켜도 한국 부모는 한국 부모인가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아이들의 이런 원성을 들으면 나도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한국 부모들, 왜 그리 공부하라 잔소리를 하는 거야. 아이들이 이렇게 싫어하는 것을 정말 모르는 건가? 잔소리 대신 설명을 하면 될 것 아니야! 설명을!” 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제일 무서운 부류는 실제로는 잔소리를 하면서도 스스로는 자분자분 설명하는 타입이라 착각하는 나 같은 엄마다. 아이들에게는 꿈에서까지 들을까 두려운 길고 지루한 잔소리일 뿐인데.

일요일 저녁이면 열리는 가족회의에서도 난 회의를 빗대어 아이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알고보면 늘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반면 아들은 자기를 볼 때마다 방긋 웃어달라고, 딸은 잠자기 전 자기와 15분씩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자고 요구한다.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이니 애를 써 보지만 아이들의 요구는 차라리 내가 공부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늘 웃어주고 15분 누워 이야기하는 것이 왜 이리 힘든지 정말 이유가 궁금하다.

아이들의 천국은 엄마의 환한 웃음과 사랑이 담긴 대화가 있는 곳이고 엄마의 천국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곳이니 우리는 천국에서 만날 수 없는 운명인가? 이러면 너무 우울해지니 작심삼일이지만 오늘도 다시 다짐해 본다. “엄마, 여기가 바로 천국이에요!”라는 아이의 감탄이 나오게 내가 먼저 노력해 보겠다고. 쓰고 보니 우리 아이들의 천국이 훨씬 천국다워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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