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노 대통령 리더십 위기

북한이 대포동 2호를 포함한 7발의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한 지 열흘이 지났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대한민국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는 ‘혼돈’이다.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은 놀랍게도 전략적으로 침묵했고, 그동안 국가 안보와 국가 정체성을 소리 높여 외쳤던 유력 대권 후보도 칩거하면서 침묵에 동참했다. 미사일을 쏜 북한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할 정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스럽게 남북 장관급 회담을 강행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처하면서 통치 능력의 내재적인 한계성을 더욱 노출시켰다. 우선, 방향과 방식의 혼돈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방향이 옳으면 방식이 다소 비생산적이고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괜찮다는 지극히 아마추어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반칙과 부정이 지배하고 정의가 패배하는 사회를 개혁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방향성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문제는 국민과 언론이 개혁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면 노무현 정부는 방식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현실감을 잃고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폄훼하는 모습을 일관성 있게 보였다. 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천천히 차분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은 올바른 방향일지 모른다. 하지만 침묵만이 차분하게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판단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대통령은 침묵이라는 편안한 방식 대신 자신의 생각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밝히고 국민을 설득하면서 얼마든지 차분하게 대응하는 방식을 선택했어야 했다. 한마디로 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국익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줄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렸다. 둘째, 대통령과 청와대는 자신들의 언행을 정당화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독재시대 문화’ 논리에 함몰되어 있다. 미사일을 쏜 북한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할 정부가 오히려 “북한 미사일 발사는 정치적 사건일 뿐 안보적 차원의 비상사태로 만들 수 없다. 안보독재 시대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되레 사태를 걱정하는 언론을 훈계하고 있다. 지난해 노 대통령이 제안한 연정론이 무산되자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고 국민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국민을 꾸짖었던 행태와 너무나 흡사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2.5%가 미사일 발사 징후를 발견한 이후부터 발사까지 이뤄진 정부의 대응에 대해 ‘잘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는 관성적 오만함에서 벗어나 이러한 결과를 두려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셋째, 현 정부가 유지하려고 하는 대북 유화적 태도가 결과적으로 햇볕 정책을 훼손하는 역효과만을 강화시키고 있다. 특히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한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한목소리를 내지 못함으로써 국민들 마음속에 대북 지원 자체에 대한 회의가 증폭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대북 지원은 남(南)도 이익이 되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지금까지 해온 것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정부 여당의 일방적 구애에 불과하다. 한겨레신문이 지난 4년 동안 실시한 국민 이념조사에 따르면 “체제와 상관없이 민족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은 가능한 한 많이 해야 한다”는 견해에 찬성하는 비율이 2002년 66.3%→2004년 53.3%→2006년 51.3%로 나타나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여성이 남성보다 대북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대북 지원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비율이 2002년 10.6%→2004년 7.9%→2006년 6.2%인 반면, 남성은 2002년 17.5%→2004년 16.0%→2006년 12.7%로 나타났다. 대북지원정책에 대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실용적이며 냉철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혼돈은 필연적으로 위기를 잉태하기 마련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하는 안보에는 1%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근거 없는 감성적 낙관주의는 결코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침묵하면서 청와대 브리핑이나 안보수석을 통해 국민과 간접적으로 소통하기보다는 전면에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는 좀 더 당당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침묵은 설득의 적이다. 국가안보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침묵도 결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국가 안보 위기를 극복해야 할 일차적이고 무한적인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고 침묵은 대통령의 권력과 책임을 빼앗기 때문이다. ‘대통령학’ 연구의 저명한 학자인 미국의 리처드 뉴스타트 교수는 대통령의 권력은 헌법에 보장된 권한에서가 아니라 설득에서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국민과 진솔하게 대화하며 끊임없이 국민을 설득하려는 자세를 견지할 때만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설득의 리더십’이 구축된다는 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한 번쯤 깊이 성찰해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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