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30대 남성들의 ‘행복한 리더’론

행복은 영원한 화두다. 여성신문은 행복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 방담의 공간을 마련한다.

그 다섯 번째는 30대 남성 리더들의 행복론이다.

일시와 장소 2006년 7월 4일(화) 저녁 7시 여성신문사 회의실

진  행 이은경 편집국장

방담자 김수박 만화가/ 임대의 이룸병원 정형외과 원장 /서정민갑 한국민족음악인협회 활동가 /원용진 이대 생물학과 교수/ 조성일 휴갤러리 대표

이은경:30대 남성들도 행복에 대해 많은 얘기들을 나누는지 궁금하다. 또 행복은 언제 느끼는가.

임대의:비교적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직접적으로 ‘행복’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아도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김수박:아기자기하게 행복을 이야기하진 않지만 ‘이렇게 사는 게 맞나’를 묻곤 한다. 만약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행복하다고 말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는 행복에 대해 당장 인지하지 못한다.

임대의:나이가 들수록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간이 줄어든다. 만약 “당신은 요즘 행복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불행한 쪽에 가깝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예전엔 지금보다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30대의 행복은 주로 ‘직업적 만족’에서 오는 것 같다. 20대에 하고 싶었던 일을 지금 하고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그렇지만 20대에 옳다고 생각한 삶의 방향대로 지금 살고 있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원용진:한국 사회에서 대학교수란 직업으로는 이미 편하게 지낼 수 없게 됐다. 일정한 요건이 안 되면 재임용이 안 돼 신분의 불안정성이 있다. 우리 사회는 자원이 한정돼 있어 경쟁적인 구조가 돼 버렸다. 그런 구조 속에 놓여있다 보니 특별한 훈련이나 수련을 안 한 사람들은 불행할 수 있다. 경쟁의 줄이 태어난 아이들부터 유치원 조기교육, 대학입시, 대학이후 취업, 취업 이후 승진에 이르기까지 이어진다. 이런 과정에서 불행할 조건들이 많이 있다. 자기의 꿈을 조금씩 이뤄나가는 과정에 놓여 있느냐의 여부가 행복을 결정할 것이다.

서정민갑:대학에서 운동을 열심히 했고, 졸업 후 바로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가 2년 전부터 비상근으로 바꿨다. 문화예술단체는 잘 안 된다. 그래서 단체 상근을 하면서 소진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시민단체의 논리와 활동을 위해 복무한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활동을 접고 나왔다. 행복이라… 내 경우 행복을 자주 느끼는 편이다. 좋은 책, 그림, 공연, 음악 등을 접하면 행복하다.

김수박:20대에 방황을 하다가, 30대에 내 힘으로 뭔가를 바꾸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되었을 때 행복을 느낀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마음에 귀를 기울일 때 행복하다. 내 경우 내 직업 안에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있기 때문에 더 행복할 수 있다. 대신 돈은 못 번다.    

임대의:우리 사회는 개인이 행복하기 어렵게 돼 있다. 행복은 자기 삶의 만족도와 연관돼 있는데 그것에 위배되는 것이 너무 많다. 자기가 배운 가치관을 실현해나가면서 행복을 느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정직한 의사로서 살아가면서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좌절하면 상처를 빨리 극복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강해져야 한다. 강한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조성일:건설회사 기획실장을 하면서, 동시에 웨딩포토 사업을 하고 있다. 행복의 본질은 기쁨인가. 자신의 뜻과 의지가 조그만 계기로 실현되었을 때 기쁘다. 예를 들어 월드컵에서 내가 이기길 바라는 팀이 이겼을 때 기쁘다. 기쁨은 순간이다. 그런데 행복은 순간이 아니고 오히려 자기 삶의 길에서 잠깐 벗어났을 때 느끼는 것 같다. ‘여행’ ‘취미활동’ ‘백수’ ‘조용한 시간 갖기’ 등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를 바라보고, 자기 삶을 바라보고, 인간 본연을 바라볼 때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한편 행복은 ‘주관적’이다. 남들의 경험을 잘 알지 못했을 때에는 행복해했다. 매스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서로의 경험이 과다하게 공유되어 더 불행하다.

이은경:정보의 홍수가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한다는 뜻인가.

서정민갑:자본주의 사회에서 행복이 ‘소비’가 아닌 것이 있을까. 청바지는 리바이스, 겨울엔 스키, 여름엔 해외여행을 해야 행복한 것처럼 돼 있다. 내 경우엔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음악을 열심히 듣고, 글을 열심히 쓰면서 행복해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쌀협상 국회비준 반대시위로 농민 두 분이 돌아가셨을 때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 일신의 안락을 추구하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복한 소수는 불행한 다수를 끊임없이 불행하게 만든다. 

이은경:30대 남성들에겐 가정이 주는 안정감과 속박이 행불행과 밀접한 것 같다.

   

조성일:가정은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인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행복이란 자기 삶을 비켜나서 바라볼 때 오는 것이다. 남자들은 꼭 ‘자기만의 동굴’이 필요하다. 그런데 가정을 이루면 자기만의 동굴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은경:가령, 결혼을 하더라도 자유롭게 살 수는 있는데, 아이가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할 것이다. 어떤가. 

원용진:사회에서의 경쟁은 결국 시간 투자다. 아이들을 위해 시간 나누기를 원하는 아내는 내게 “자신만의 성취를 위해서만 시간을 쏟는 게 아니냐”고 말하곤 한다. 나도 (일하지 않고) 휴지기 상태를 갖고 싶다. 그러나 휴지기를 가지면,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박탈될 수 있다. 지금 당장 요구되는 일과 미래를 위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을 위해서 개인의 결단이 필요하다. 개인의 성취가 중요한지, 남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개인생활을 만들어나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개인이 용기 있게 솔직한 자기 꿈을 좇아서 살아야 한다.

이은경:성공과 행복이 연결되는가. 그렇다면 성공은 사회적 지위, 경제적 부 등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원용진:성공이라는 말을 굳이 안 해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우리의 의식 속에 들어와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수업엔 관심이 없어도 성적엔 관심이 있다. 학생들은 성적이 주는 상징, 즉 기회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안다.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자기 적성을 알게 되는데, 한국은 그런 것을 해줄 만큼 기회를 안 준다. 취업 연령 제한을 둔 것이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 사회엔 불행의 조건이 널리 퍼져 있다. 그래서 개인이 지혜를 짜내지 않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이은경:이제 지역공동체와 행복을 나누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다. 어쩌면 30대가 공동체적 열린 마인드를 가진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조성일:지역공동체와 행복을 나누는 데 30대 남성들은 취약하다. 30대 여성들에게서 많은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례로 내 아내가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를 낳는 계기로 만들어진 모임이 있다. 산후조리원 동기모임인데, 그런 특이한 모임이 잘 되어 부부동반 모임도 했고, 이런 식으로 잘 되면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이은경:행복한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혹은 우리 사회에서 행복한 리더라고 볼 수 있는 역할모델이 있는지.

서정민갑:리더가 되지 않아도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라면 경쟁을 하지 않고선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 자신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행복한 리더는 자기가 만든 행복을 남에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조성일:시대적 상황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웅 신화는 믿지 않았다. 오히려 ‘저 사람이 영웅이 되기 위해 누가 얼마나 희생했을까’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든다. 리더에 대한 권위는 물론이고 리더의 존재에 대한 인정이 부족하다. 나는 스스로 리더가 되는 게 두렵고, 또한 되려는 생각도 없다.

임대의:문익환 목사님을 존경하는데, 그렇지만 문 목사님이 행복한 리더는 아닐 것 같다. 운동을 하면서 그분의 삶은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이은경:리더는 뭔가 이정표를 제시한다거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수박:리더 역할을 한 사람으로서 서태지를 꼽고 싶다. 서태지가 리더 역할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재미있는 일을 하다 보니 리더가 된 것이다. 그게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한테 파장을 일으켰다. 서태지를 보면 행복해 보인다. 서태지는 자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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