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집중도 안 되고 너무 피곤해요. 집에 돌아가 남편 얼굴을 볼 때마다 짜증만 나더니 어느 순간 분노로 변하더라고요. 조금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불면증에다 소화장애까지 계속돼 힘들었어요.”

출산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A(31·여)씨는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정신과를 찾았고, 전문가로부터 경도의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결국 두 달간 수면보조제와 인지행동치료를 받아야 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상당수 직장 여성이 업무에서 느끼는 갈등과 개인의 문제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는 등 우울증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가장 흔한 질환이며 A씨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이 직장인 247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59.8%가 ‘고달픈 직장생활로 우울하다’고 답했고, 특히 여성의 70.6%가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답해 심각성을 드러냈다.

우종민 소장(인제대 서울백병원 스트레스센터)은 “요즘에는 이유 없이 눈물이 나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20∼30대 여성들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직장 여성의 경우 여성(어머니) 역할에 대한 부담 외에도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우울증세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A씨의 경우도 휴가 3개월 동안 ‘동료에게 뒤처지지 않았을까’하는 불안감에 육아 부담이 가중되면서 우울증으로 발전한 사례다.

실제로 직장 여성들이 호소하는 우울증의 주 요인은 과도한 업무, 상사와의 갈등, 불확실한 비전 외에도 임신, 출산, 자녀양육(교육) 등의 성역할과 관련한 문제까지 다양하다.

기업에서 직장인들의 정신상담을 맡고 있는 이원희 상담사(포스코 ‘휴토피아’)는 “기혼 직장 여성은 회사 업무와 가정 일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주로 호소하며, 자녀가 문제를 보일 때마다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고 스스로 자책한다”고 말했다.

중간관리자로 근무하는 비혼 여성 B(39)씨는 “일요일 오후부터 시작되는 불안감으로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월요일 아침까지 이어지는 불면증”을 호소한다. 그는 이 같은 증세를 ‘상사와의 소통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적이 아닌 비난조로 말하는 상사의 말투에 ‘모멸감’을 느낀다”는 B씨는 “하지만 이 나이에 함부로 사표도 쓸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쓸모 없는 사람’으로 느끼게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제때 해소하지 못하면 업무생산성 저하는 물론 잦은 결근, 조직 내 갈등, 산재, 높은 이직률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의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EAP)을 도입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편, 여성 고위직과 중간관리자의 수가 예전에 비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 여자 상사와의 업무 갈등을 호소하는 직장 남성의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 차원에서 다양한 유형의 조직관계에 대한 이해와 도움을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울증 자가진단
지난 1주 동안의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답 하나를 골라 선택한 후 점수를 합산한다. 자가척도 우울 지수가 70점 이상이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상담, 치료해야 한다.

# 자가측정 우울 척도 지수

50점 이하 : 정상범위 / 50∼59점 : 최소한에서 약한 우울증 / 60∼69점 : 중등도에서 고도의 우울증 / 70점 이상 : 극도로 심각한 우울증

대기업 “여직원 사기를 높여라”

SK·유한킴벌리·포스코 등 상담프로그램 적극 도입

직무 스트레스가 이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면서, 전문가 상담으로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직원지원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업무와 관련한 고민 외에도 부부·육아문제나 시댁과의 갈등 등 개인적인 문제도 해결해 주고 있어 가정과 일을 병행하고 있는 여성 직원들에게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력 8년차인 사무직 사원 A(36·여)씨는 자녀가 주의력 결핍이라는 교사의 말을 듣고 죄책감에 시달려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사내 상담소에서 지원하는 ‘놀이치료’를 통해 아이의 상태가 호전될 수 있었다. A씨는 “아이와 떨어져 있어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회사 측의 지원으로 아이가 낫는 것을 보면서 애사심도 생기고 일에도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직원상담 프로그램에는 A씨와 같이 가족문제를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02년부터 직원상담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참여 직원의 40%가 결혼, 부부문제, 자녀관계 등을 상담하고 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5점 만점에 4.4점으로 높은 편이다.

SK그룹도 지난해 5월부터 직장 내 갈등을 비롯해 가족관계 등 모든 고민거리를 상담해주는 ‘하모니아(Harmonia)’ 서비스를 시작했다. 근무시간에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려하고 있어 지난 1년간 직원의 40%(600여 명)가 이용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이러한 상담프로그램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유한킴벌리는 동종업계 평균 이직률 2.46%보다 훨씬 낮은 0.3%(2004년 기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SK그룹도 2003년 3.6%에 달했던 이직률(정년퇴직 포함)을 지난해 1.9%까지 낮췄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가깝게는 지난 3월 포스코가 직원상담센터인 ‘휴토피아’를 개원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사내 직원상담 프로그램이 급증하고 있지만, 외국에 비하면 아직은 도입단계다.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의 95%가 EAP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 현재 대기업의 25%가 참여하고 있다.

EAP 전문업체 다인C&M 강민재 컨설턴트는 “직원 개개인의 정신 건강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세계적인 추세”라며 “특히 여성인재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