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압승과 열린우리당의 완패로 끝난 5·31 지방선거에서 수많은 별들이 뜨고 졌다. 그중 유독 내 눈을 사로잡았던 별은 바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강금실 후보였다. 국내 최초 여성 시장 도전, 장관 시절 보였던 카리스마로 이미 유명세를 치른 전직 여성 장관 등의 타이틀만으로도 여당의 강력한 애정공세를 받았던 강금실 후보. 하지만 정작 그녀가 정말 ‘(잘)난 여자구나’ ‘그간의 타이틀이 이미지만은 아니었구나’를 실감하게 한 것은 이미 모든 투표가 끝나고 그녀의 낙선마저 기정사실화된 순간부터였다. 5월 31일 밤 10시 10분 강금실 후보는 오세훈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짤막한 기자회견으로 자신의 낙선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낙선을 인정하는 그녀의 태도다.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낙선한 후보는 울먹이기 마련인데, 출마를 선언할 당시나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이나 그녀의 얼굴에는 표정 변화가 없다. 오히려 입가에 번지는 여유 있는 미소라니…. 다음날 그녀의 마지막 낙선의 변은 미소의 경지를 훌쩍 넘어버린 ‘애창곡 세리머니’로 마무리됐다. 그것도 80년대를 풍미한 포크듀오 해바라기가 부른 ‘지금은 헤어져도’라는 유행가로 말이다. ‘화초를 키우듯 설레며 그날을 기다린다’는 노랫말로 또 다른 정치행보를 약속한 그녀. 표현은 유약하나 그녀가 남긴 메시지는 어떤 남성 정치인의 그것보다 강력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받은 107만 표는 1000만 표만큼 가치 있노라고, 그리고 이젠 정녕 ‘정치인 강금실’로 남겠음을 선언하며 패배로 시작된 그녀의 정치 인생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그녀에게서 여성 정치의 희망을 발견했다면 너무나 성급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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