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칼럼은 여성신문이 제정한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미지상) 수상자들의 기고문이다. 이번 순서는 3년 동안 KBS 2TV ‘주부, 세상을 말하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여성의 시각으로 사회 핫 이슈 해결 방안을 모색해 온 정용실 KBS 아나운서다.

본인이 진행을 하고 있는 ‘주부 세상을 말하자’ 프로그램은 지난 한 주 국가청소년위원회와 공동기획으로 ‘1318, 우리는 말한다’라는 제목의 특집을 방송했다. 매일 50여 명의 학생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분야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면서, 나는 젊은 세대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공부에 찌들고 호기심과 욕망을 눌러둔 우리의 고교생들에게 사실 열정이나 뜨거움이란 없을 줄 알았다. 아니, 없다기보다 더 솔직히 말하면 표현하지 않거나 표현할 줄 모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들을 만나보면서 나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그동안의 나의 생각이 한낱 편견에 지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었다.

작금의 청소년들은 인터넷, 방송 등 수많은 매체를 통해 이미 다른 나라의 교육과 우리의 교육을 차분히 비교하고 있었고, 그들이 바라는 교육환경은 상당히 선진교육에 가까이 다가서 있었다. 공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이 인정받는 교육, 즉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육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들 자신이 누구인지, 장차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야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과 이것을 풀기 위한 구체적인 것들을 알아내 자신의 꿈을 제대로 그려보고 싶어 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마련해 준다는데 그게 제일 부러워요” “각 분야 종사자들과 만나고 싶어요” 등. 이렇듯 청소년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꿈, 비전… 이 말에 나는 얼마 전 한 경제 주간지에서 읽은 기사가 문득 떠올랐다. 20∼40대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였는데, 이직의 가장 큰 이유로 ‘직장 상사와의 갈등’보다는 ‘조직과 회사의 비전이 없는 것’을 꼽았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란 자신의 노력에 의해 개선될 수 있지만, 비전이라는 것은 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였다.

이 기사를 떠올리며, 나는 현재의 우리 교육이 아이들에게 바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키워가려는 꿈과 비전을 짓밟고, 그들의 적성에 대해 듣고싶어 하거나 알고싶어 하지도 않으며, 아이들의 미래를 찾아주는 데도 인색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의 아이들이 이런 상황을 얼마나 더 참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부모와 학교, 사회는 아이들이 가진 이 같은 진정한 고민과 호소를 언제까지 방관만 하고, 남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가 진정한 부모라면, 대한민국의 대단한 어머니라면, 오직 좋은 대학을 가라는 방향만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 삶의 비전, 즉 이 사회에서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같이 고민해 주고, 아이 안에 내재된 다양한 장점과 능력, 바로 보물들을 하나씩 캐내는 데 더욱 치열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의 이 같은 주장이 계속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귀기울이고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불행해질 것이고, 이런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는 더욱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장애인 딸을 둔 작가 펄벅처럼 자식의 운명에도 결코 체념하지 않고 사회를 바꿔나가려 했던 의지가 지금의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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