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앙, 몰라 몰라. 엄마 때문이야. 엄마가 다 망쳐버렸어.”

일요일 늦잠이 달콤하던 참에 나보다 한 발 먼저 일어난 아들의 방에서 대성통곡이 들린다. 옷장 문을 때리고 발을 구르고 난리도 아니다.

“내가 어제 열시 반에 깨워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엄마가 다 망쳐놨어. 엉엉.”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건지 은근히 심사도 꼬이지만 무슨 일이 틀어졌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하긴 어젯밤에 자면서 10시 15분에 깨워달라고 아들은 두 번이나 다짐을 두었지만 난 들을 때부터 가망 없는 소리라 그저 “오냐 오냐” 건성 대답을 했다. 낮엔 수영장을 가고 저녁엔 농구까지 하고 온 아이가 자기 시작한 지 10분 만에 다시 깨겠다는 결심부터가 말이 안됐다. ‘뭐, 못한 일이 있으면 내일 하지.’ 들을 때부터 깨울 생각이 별로 없었다.

아들 통곡 소리를 들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며칠 전부터 열중하던 컴퓨터게임이 생각났다. 하루 한 번씩 ‘메이플 스토리’에 들어가서 뭘 하면 일주일 만에 케이크를 준다나 어쩐다나. 아들은 그걸 위해 매일 게임 허락을 받으려고 밤마다 전전긍긍이었다. 거의 일주일이 다 되었을 텐데 아마 어젯밤에 게임 시간을 놓쳐 여태의 수고가 물거품이 되었나보다. 쯧쯧.

한 시간쯤 지나 아침 먹으라고 부르니 얼굴이 불퉁해서 발을 퍽퍽 구르며 나온다. 못 본 척 놔둘 걸 나는 밥상머리에 앉혀놓고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엄마에게 메이플 스토리 꼭 해야 한다고 말을 미리 하지 그랬냐, 네가 못 일어났으면 네 잘못이지 왜 엄마 탓을 하느냐, 남의 탓을 해서 문제가 해결되느냐, 자기 반성을 해야 발전이 있는 것이다…” 등 줄줄이 사탕 엮어내듯이 말을 쏟아냈다.

아직도 눈을 세모꼴로 뜬 아들을 눈물 닦고 오라고 목욕탕으로 보내고 나니 듣고 있던 딸아이가 한마디 한다.

“엄마, 내가 들어보니 그건 엄마가 잘못했네. 그렇게 여러 번 깨워달라고 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깨워줘야지. 저럴 땐 진짜 기분이 개떡이니까 괜히 건드리지 말고 놔둬요.”

상기된 목소리로 훈시를 막 끝냈던 나는 갑자기 머쓱해졌다. 웬만하면 엄마 편을 들어주는 딸이라 더 그랬다. 하긴 생각해보니 얼마 전 남편과도 같은 문제로 부닥친 적이 있다. 그때 남편은 “남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라. 제발 네 마음대로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괜히 가족의 마음을 먼저 읽고 배려한다고 생각하고 사는 나는 가끔 이런 식으로 당(?)한다. 말한 대로만 했으면 되었을 일을 적당히 새겨듣고 알아서 판단하다가 낭패를 본다. 내 딴엔 저희들 생각해서 한 일이라 더욱 억울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엄마의 생각은 다른 가족의 생각 위에 통합적으로 존재한다는 착각 때문에 일어난 일은 아닐까? 오늘은 아들에게 말한 대로 자기 반성이나 열심히 해야겠다. 다시 같은 곳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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