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터
이와 같이 빛이 없는 밤에도 생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영화 속의 아이디어만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말에 독일의 대형 군용차량들이 한밤중에 라이트도 켜지 않고 전속력으로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차량들은 유명한 V2 미사일과 그 발사대를 영국과 가까운 네덜란드로 옮기고 있었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 연합군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군 트럭들은 아무런 공습도 받지 않았다. 이들이 연합군의 공습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적외선 반사경과 야간탐지를 위한 영상변환기를 갖춘 특수장비를 트럭에 장착했기 때문이었다.
연합군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적외선 시스템을 노획하여 야간사격 조준경을 소총에 부착했다. 이 조준경으로 어둠 속에서도 80m 떨어진 곳의 적병을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었고 일본군에게 크나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적외선을 이용한 야간 감시장비의 유효 사거리가 3㎞에 달하는 것도 있다. 장갑차에 적재돼 있는 적외선 감시장비는 영하 125도보다 더 낮은 온도의 물체면 탐지와 함께 조준 사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쌍안경을 눈에 걸치는 듯한 고글도 많이 사용되는데 약 15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차량이나 전차를 야간에 운전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주인공인 더치 소령은 프레데터의 위협에 슬기롭게 대처한다. 비결은 그가 온 몸에 바른 진흙이었다.
진흙을 몸에 바르자 프레데터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치는 것이다. 이것은 진흙이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차단해 줄 뿐 아니라 진흙 가루가 미약하게 방출되는 적외선마저 사방으로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진흙에 함유된 물분자가 적외선을 강하게 흡수하기 때문으로 사람들이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체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분자는 특이하게도 가시광선 영역만 투과시키고 다른 영역의 빛은 대개 흡수한다. 인간의 눈이 물의 투과영역인 가시광선 영역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이 물에서 탄생하여 뭍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것은 역으로 적외선 감지기는 비가 오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감독이 얼마나 많이 과학적 지식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