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여성만을 위한 케어맘제도 발상 유감

젊은 시절 아이를 막 낳아서 직장 다니랴, 애 키우랴 끙끙대고 있을 때 비슷하게 아이를 낳아 키우던 여동생이 늘 하던 이야기가 ‘언니는 좋겠다’였다. 애 놔두고 밖에 나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었다. ‘내가 밖에 나가서 노니’라고 퉁박을 주면서도 솔직히 속으로는 나도 좋았다.

하루종일 끝도 없는 애 보기에 살림을 하는 것보다 낮 시간이라도 직장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이 더 편하던 시절이었다. 아마 아이를 낳아서 키워 본 이들이라면 출근도 없고 퇴근도 없는 양육과 살림의 고강도 노동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극심한 노동을 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 행위들을 모두 ‘논다’는 한마디로 규정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지 않는 모든 행위는 노는 것이다. 그러니 전업주부는 당연히 노는 사람들이고 사회 안에서 가장 가치 없는 자리에 위치해 있다. 바로 이러한 의식이 오늘날의 저출산을 불러왔다. 요즘처럼 많이 배우고 똑똑한 여성들이 알아주지도 않고 심지어는 논다는 말로 폄하하는 위치에 자신들을 자리매김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결혼도 안 하겠다,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녀 양육과 살림에 어떻게 가치를 부여하고 공공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터에 이제는 책임 있는 정치인에게서도 이 말이 터져 나왔다. 경기도 지사 후보로 나온 김문수 후보가 맞벌이 부부를 위한 케어맘제도를 도입한다는 정책을 설명하면서 집에서 애만 보고 있는 노는 엄마는 제외한다는 발언을 하여 전국의 이른바 ‘노는 엄마’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물론 말실수일 수도 있고 여성들조차도 집에서 살림하는 것을 논다고 표현하니 일상적인 표현을 빌려다 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인들의 말은 일반인들의 말보다 훨씬 큰 무게를 가지고 영향력이 크다. 공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따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더구나 경기도라는 큰 지역을 책임지겠다는 단체장 후보의 말이라면 더더욱 신중했어야 한다.

전업주부를 무시하는 의식이 은연중 배어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또 ‘노는 엄마’ 발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케어맘 혜택은 맞벌이 가족에게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물론 맞벌이하면서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들고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아이를 놓고 나가지도 못하는 전업주부들을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번 선거에서는 제발 이러한 일들을 계기로 여성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표를 제대로 행사했으면 좋겠다. 어떤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이 여성의 삶을 좀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인가를 명확하게 계산한 후에 자신들의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결국은 정치를 발전시키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그저 기호나 정당만 보고 찍든지, 아예 표 행사도 하지 않는다면 여성들을 장기판의 졸로도 여기지 않는 우리 사회의 행태들은 아마도 쭉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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