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잇달아 개봉되고 있다. 장애인 아들의 효성을 담은 ‘맨발의 기봉이’가 최근 개봉된 데 이어 정상 가족을 탈피한 다양한 가족의 엇갈리는 에피소드를 다룬 ‘가족의 탄생’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 도굴꾼이 우연히 만난 아이들과의 모험을 겪으며 부성애를 깨닫게 된다는 ‘마이 캡틴 김대출’과 주부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 홈 코미디 ‘모두들 괜찮아요’ 등 앞서 개봉됐던 영화들도 가족주의를 테마로 한 작품들이다.

5월에도 ‘맨발의 기봉이’ 등 개봉 줄이어

4월 26일 개봉한 ‘맨발의 기봉이’(감독 권수경)는 40세 나이에 7세 지능을 가진 노총각 ‘기봉이’(신현준)가 어머니(김수미)에게 틀니를 해드리기 위해 마라톤에 도전한다는 내용을 그린 휴먼 드라마. “가정의 달인 5월에 부모, 자녀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개봉 첫 주 28만의 관객 동원으로 흥행 순위 2위를 기록,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18일 개봉을 앞둔 ‘가족의 탄생’(감독 김태용)엔 기존 ‘정상 가족’의 개념을 깨는 다양한 가족이 등장한다. 애인보다 더 다정했던 미라(문소리)와 형철(엄태웅) 남매와 그들 사이에 등장한 형철의 스무 살 연상의 연인 무신(고두심)의 어색한 동거, 사랑 없인 못 사는 엄마 매자(김혜옥)가 지겨워 가출한 딸 선경(공효진)과 그의 오래된 연인 준호(류승범), 애정결핍 남자친구 경석(봉태규)과 애정과다 연인 채련(정유미) 등 7명의 인물의 얽힌 관계와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IMF 가족 해체가 기폭제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외환 위기 속 가족 해체를 겪은 후 2000년대 들어 제2의 흥행 붐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말아톤’이 5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2004년의 ‘가족’과 2003년 ‘바람난 가족’도 각각 250만 명과 180만 명의 관객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를 기점으로 최근 2∼3년간 ‘간 큰 가족’ ‘안녕 형아’ ‘엄마’ ‘사랑해 말순씨’ ‘우리 형’ ‘효자동 이발사’ ‘인어공주’ 등 다양한 가족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일련의 사건들로 어지러운 사회 속에서 감동적인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 주5일제 근무의 확대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성장으로 가족 단위 관객들이 증가한 것도 가족영화 붐에 영향을 주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90년대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가 주를 이루던 기획영화 시장에서 사라졌던 가족영화가 2000년대 다시 등장했다”면서 이는 “IMF 관리체제 아래에서 가족 해체를 겪은 사람들의 가족에 대한 향수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또한 “‘효자동 이발사’나 ‘사랑해 말순씨’처럼 역사성과 시대상을 가족 이야기에 연결시키는가 하면 ‘4인용 식탁’과 ‘하얀 방’처럼 육아와 낙태에 대한 딜레마가 공포영화를 통해 표현되는 등 가족영화들이 변화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말아톤’ 등 헌신적 가족애로 성공

흥행에 성공한 가족영화들은 여전히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강조하는 ‘모성’을 테마로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인 ‘말아톤’(감독 정윤철, 2005)은 자폐아 아들 초원(조승우)의 홀로서기를 위해 20여 년간 끝없이 사랑을 쏟아 붓는 엄마(김미숙)를 그리고 있으며 그 계보를 잇고 있는 ‘맨발의 기봉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백혈병에 걸려 죽어가는 아버지가 딸을 위해 마지막 목숨을 희생한다는 ‘가족’(감독 이정철, 2004)은 ‘모성’의 특징인 희생성을 아버지에 대입시킨 영화다.

‘바람난 가족’ 등 새로운 시도도 눈길

반면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 2003)으로 대변되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탈피를 시도하는 영화들도 눈길을 끌었다. 남편(황정민) 앞에서 자위행위를 서슴지 않고 옆집 고등학생과 바람을 피우는 아내(문소리), 병든 남편을 두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시어머니(윤여정) 등의 모습은 전통적인 가족영화에서 강요되던 가부장제와 모성중심주의를 깬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독립장편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감독 안슬기, 2005)는 가출 청소년과 중국 동포 처녀, 도시락점 점원 등 사회에서 소외된 4명이 모여 가족을 이루는 모습을 통해 핏줄 이데올로기를 깨며 대안가족을 시도했다.

조주은 여성학자(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 공동대표)는 “‘말아톤’과 ‘맨발의 기봉이’ 등에서 보여지듯 대부분의 가족영화는 아직까지 희생적인 모성을 주요 테마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 전업주부를 내세운 ‘미스터 주부 퀴즈왕’이나 아버지의 교육열을 그린 ‘맹부삼천지교’처럼 어머니의 역할로 여겼던 상황을 아버지에게 대입한 영화들도 있었지만 성별 분업의 해체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리기보다 희화화해 보여줬다는 것. 그는 또한 “가족이기주의, 가족 간의 갈등과 같은 문제를 현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해결방법을 함께 모색할 화두를 던지는 영화 제작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