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칼럼은 여성신문이 제정한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미지상) 수상자들의 기고문이다. 이번 순서는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에 앞장서온 서영교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이다.

요즘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심사가 한창이다. 나를 포함해 여성의 몫으로 들어온 여성 공천심사위원들은 좋은 후보를 공천하기 위한 책임감에 더하여 한 사람의 여성이라도 더 공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아래로부터 후보를 공천한다는 경선의 원칙이 또 부담이다.

그런데 공천심사를 진행하면서 새삼 “여성은 정말 정치하기 힘들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여성들을 공천해 달라고 주장하려면, 남성들을 평가하는 기준보다 훨씬 높은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여성들의 작은 잘못은 남성에 비해 비난의 강도가 훨씬 따갑다. 여성은 얌전하면서 씩씩해야 하고, 예쁘기도 하고 똑똑하기도 해야 하며, 원만하기도 하고 당차기도 해야 하고, 조직이 많아야 하지만 설치지는 말아야 하고, 술도 잘 먹어야 하고, 그렇지 않아야 하기도 하고… .

지역에서 나름대로 경선준비를 해오고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여성들도 경선을 앞두고 비례로 많이 돌아섰다. 왜냐하면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남성들이 주장하는 지역의 정서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정활동 능력은 의문이지만 조직은 많이 있다고 여겨지는 연세 많은 3선 의원을 버릴 수 없다는 논리, 이러한 논리로 여성의 전략공천은커녕 경선만 하게 해달라고 해도 그것이 받아들여지기도 어렵다. (지역에서는 조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회유와 협박을 통해 많은 여성 후보는 지역을 포기하고 비례로 돌리거나 아예 출마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많은 여성들, 주로 남성들의 선거를 돕기 위한 지역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거슬리게 하지 않고 유연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한 여성들은 대부분 그에 어울리게 지역 비례로 공천신청을 했다. 남성들과 대결하는 지역후보보다는 1번을 여성에게 우선 공천하는 비례를 신청한 것이다.

그러나 정말 훌륭한 여성들,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선출직에 용감하게 도전장을 낸 여성들은 지역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범한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공천심사위에 참여하는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에도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좀처럼 찾아내기 어려운 이력의 여성 후보자가 있어도 그녀의 좋은 이력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번 말을 하는데 드세더라, 성격이 원만하지 못한 것 같다” 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라면 새로운 후보, 지역 기반이 없는 후보들은 거의 도전해 볼 만하지도 못하다. 

아직 많이 멀었다. 후보 신청을 낸 여성도 부족하고, 거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성도 부족하다. 그러나 오늘을 거울삼아 여성 후보들을 미리미리 발굴하고 키워내서 지역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노력을 4년 내내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이 매우 절실하게 드는 요즘이다. 그래서 ‘사납고, 드세고, 왕따’라는 여성은 다른 여성이 아닌 바로 우리 여성이라는 것이며, 조목조목 따질 줄 아는 성실한 살림꾼으로, 비리에 굴하지 않는 깨끗하고 소신 있는 우리의 여성 정치인임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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