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체험기

벌써 5년 전 이야기다. 늦은 나이에 우연찮게 재취업 제의를 받고 가장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역시 ‘육아’였다. 기저귀도 떼지 못한 20개월짜리를 도대체 어디에 맡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남편을 통해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대해 듣게 되었다.

나는 솔직히 협동조합 운운하는 것보다는 환상적인 교사 대 아동 비율, 유기농 식단, 야근하는 날을 위한 연장보육 등에 더 귀가 솔깃했다.

“일단 가 보자”라며 남편과 함께 어린이집을 찾은 날은 마침 개원 잔치를 하는 날이었다. 어린이집이라기보다는 양로원 같은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집주인처럼 스스럼없이 잔치를 즐기는 부모들…. 어색하고 낯설기도 했지만, 어쨌든 나는 조금이라도 좋은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 별 고민 없이 공동육아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었다.

조합원의 의무는 참으로 다양했다. 아침저녁으로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뿐 아니라 더러는 다른 집 아이까지 실어날라야(?) 하는 일도 있었다. 주말청소는 기본이요, 각종 모임이 한 달에 두어 번씩은 열렸고, 어쩌다 귀하게 얻은 휴가도 어린이집 일일교사로 반납했다.

이렇게 한두 달 반복하면서 내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보육시설을 단지 ‘아이를 맡기는 곳’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여러 부모들이 여러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훌륭한 보육시설이라고 해도 ‘부모가 빠진 돌봄’은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는 아침저녁으로 아이를 데려다주면서 아이가 지내는 공간에 드나들고, 주말청소를 하면서 아이의 안전과 환경에 대해 고민한 결과들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모임과 회의를 통해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까지 배웠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내가 더 성장한 것이 분명하다.

어느 순간 문뜩 문뜩 내 눈 안에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들어와 있음을 느낄 때 나는 스스로 ‘엄마로서 성장한 모습’을 느낀다. 만약 공동육아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느 광고처럼 ‘내 아이만큼은 최고로 키우겠다’는 무서운 모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