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교육 우수사례 - 인천인주초등학교

“‘아기돼지 삼형제’에 나오는 늑대는 남자일까요 여자일까요?”

선생님의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남자’쪽에 손을 들면서 대답했다.

“사냥은 늑대가 하잖아요.”

“늑대는 사나워요.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니까 남자가 틀림없어요.”

22일 인천 학익동에 위치한 인주초등학교(교장 류지현)의 6학년 성교육 시간, 수업을 전담한 전남숙 보건교사는 “남자는 힘세고 난폭하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고정관념”이고 “늑대는 남자일수도 있고 여자일수도 있다”면서 성적 고정관념을 깨라고 얘기한다.

인주초등학교는 성교육 및 양성평등교육시간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전 교사는 2·5·6학년을 맡아 학급당 1주일에 1시간씩 가르친다. 또 외부 강사를 초빙해 특강을 갖기도 한다. 수업은 대중매체를 비롯해 시청각 자료, 동화, 인형, 퀴즈자료, 역할극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일상에서 접하는 성문화와 양성평등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과거엔 성교육 관련 수업시간을 배정 받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엔 교사들 사이에서도 호응도가 높다. 교사연수를 통해 선생님들도 양성평등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지난 10여 년간 교육현장에서 성교육과 양성평등수업을 담당해 온 전 교사는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양성평등우수사례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성교육 교재를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작업 하나하나가 즐겁기만 하다. 이날도 TV드라마 ‘궁’의 등장인물을 가지고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자, 여자가 갖는 콤플렉스를 재치 있게 설명했다.

“‘채경’은 ‘착한여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신’은 ‘사내대장부 콤플렉스’가 강해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죠.”

학생들은 익숙한 드라마 주인공 얘기에 집중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을 마친 후 김빛나양은 “성교육은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께서 드라마를 이용해 설명하시니까 이해도 잘 되고 재밌다”면서 “양성평등 수업이 지금보다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양은 “나도 몰랐던 콤플렉스가 내 안에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며 수업을 통해 성적 고정관념을 깰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처음 성교육을 시작했을 때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요즘은 부모가 함께 동참하는 분위기다. 학부모 김모씨는 “아이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에 관련된 얘기를 듣고 ‘벌써 이렇게 컸구나’하고 대견스러웠다”며 소감을 전해왔다. 또 학부모 송모씨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했는데 자연스럽게 성교육이 이뤄져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 좋았다”는 의견을 보내오기도 했다.

■ 양성평등 교육, 동화책 활용해봐요

자녀에게 양성평등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전남숙 교사가 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동화책을 소개한다.

아빠는 전업주부

직장을 나가게 된 엄마와 그 후 가사를 맡게 된 아빠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린 열두 살 넬리네 가족을 그린 책. 어린이들에게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특히 남자아이들에게 꼭 읽혀볼 만하다. 키르스텐 보이에 지음/ 박양규 옮김/ 비룡소/ 7000원

마고할미

단군, 박혁거세, 고주몽 등 우리나라엔 남자들의 건국신화만 존재하는 것일까. 제주도 창세신화인 ‘설문대할망’을 어린이의 눈 높이에 맞춰 그림책으로 엮었다. 정근 지음/ 조선경 그림/ 보림/ 1만2000원

종이 봉지 공주

용에게 붙잡혀 간 신랑감 왕자를 씩씩한 공주가 구해낸다. 엉망이 된 공주의 외모를 비웃는 왕자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결별을 선언하는 당당한 현대판 공주가 등장하는 동화. 로버트 문치 지음/ 마이클 마첸코 그림/ 김태희 옮김/ 비룡소/ 6500원

엄마의 의자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를 도와 잔심부름을 해서 받은 돈을 유리병에 저금하며 엄마에게 푹신한 의자를 선물하려는 소녀의 이야기. 한 가족의 조그마한 소망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베라 B 윌리엄스 글·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6500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