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영 의원 재혼…딸들의 축하 속 제2인생 시작

“우리 두 사람은 서로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지만 더 잘 살기 위해 함께 살 것을 선택했습니다. 오늘 우리의 약속을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이 들을 것입니다. 크게 비워서 더 크게 채워지는 가난을 사랑하겠습니다.”

10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홍미영(51) 열린우리당 의원의 재혼식은 하객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근엄한 주례사 대신 절친한 친구, 동료들의 덕담이 어우러져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쉰한 살의 신부 홍 의원과 여생을 함께 보내기로 약속한 이는 쉰네 살의 신랑 송종식씨(사업). 홍 의원이 인천시의원으로 활동할 때 만난 두 사람은 조용히 사랑을 키워오다 마침내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 모두 20대 때 결혼해 홍 의원은 딸만 둘을 낳았고 송씨는 딸만 셋을 길렀다. 장성한 다섯 명의 딸들은 상기된 얼굴로 부모의 재혼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홍 의원은 “혼인식을 치르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재혼 가족, 한부모 가족 등 복합가족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왕 함께 살기로 했으면 잘 살겠다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다짐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재혼에 앞서 홍 의원은 가장 먼저 양가 구성원 전체가 상담을 받도록 주선했다.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 안에 있는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하며 가족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게 됐다. 20여 년간 다른 생활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가족을 이뤄 살아가면서 예상되는 갈등들을 미리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하객으로 참석한 이미경 열린우리당 의원은 “홍 의원은 언제나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며 행복을 기원했고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은 “남녀 상생의 삶을 실천적으로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재혼식에는 김근태, 김한길, 한명숙, 김애실, 이계경, 김희정, 최순영 의원 등 30여 명의 여야 의원을 비롯해 300여 명의 하객이 참석, 새로운 가정을 꾸린 홍 의원 부부에게 아낌없는 축복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빈민운동가로 투신한 홍 의원은 인천지역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애썼다. 구의원으로 지방의회와 인연을 맺은 뒤 시의원을 지냈고 2004년 17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당선, 배지를 달았다. 지난 2년간 가정폭력방지법 개정, 성매매관련법 개정 등 소외된 여성과 약자들을 대변하는 입법활동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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