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사위 공청회 ‘전자팔찌 도입 효과’ 열띤 공방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6일 오전 ‘특정성폭력범죄에 대한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안(전자팔찌법안)’ 등 성폭력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현재 국회에는 전자팔찌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9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전자팔찌법안은 상습 성폭행범을 대상으로 전자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자팔찌법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발의된 전자팔찌법에서와 같이 형 종료 후 보안처분을 위한 사용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형사법) 교수는 “형의 보호관찰부 선고유예, 보호관찰부 집행유예, 보호관찰부 가석방에서 보호관찰의 한 조건으로 전자팔찌를 도입하는 것은 찬성하며, 성폭력 범죄뿐만 아니라 다른 강력범 등으로 확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그러나 “성범죄 신고율이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고죄 폐지 등으로 숨어 있는 범죄를 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단체들이 친고죄는 폐지하되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반의사불벌죄’를 인정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친고죄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했다.

김정현 공주치료감호소 사회정신과 과장은 “성범죄자의 경우 정신과 치료가 재범률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전자팔찌법이 치료에 강제성을 보장하는 보완책으로 활용된다면 재범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전자팔찌 착용의 효과는 전혀 검증된 바 없다”며 “재범률을 낮추는 것은 전자팔찌가 아닌 출소자의 자활대책 등이 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갱생보호공단이 보호했던 출소자의 재범률 0%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위원들은 전자팔찌의 제한적 사용에 대한 질의와 함께 재판부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온정주의적 판결을 성토했다.

정성호 열리우리당 의원은 “재판부가 법정 형량을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성폭력 범죄 최고 형량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성범죄는 인권 범죄인 만큼 일반 범죄와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은 “재범 방지를 위한 교정 프로그램의 강화가 더 시급하다”며 “교정 프로그램 대상자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는 필요하지만 전자팔찌만이 방법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성폭력에 대한 관대한 사회적 태도가 성폭력 근절의 가장 큰 장애”임을 지적하고 “죄를 지으면 반드시 처벌받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법사위는 또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 가중처벌 방안과 폭력 피해자 보호방안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개정안은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선고유예와 집행유예 선고 금지, 친고죄 폐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진술녹화 범위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민단체 토론회 “성폭력 2차 피해 방지 대책 시급”

15일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는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성폭력 조절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9개 개정안에 관한 보완점 및 제안을 밝혔다.

이날 토론에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정재숙 여성가족부 인권보호팀장, 안미영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기조발언을 통해 “최근의 성폭력 범죄를 보면 12년 전 성폭력특별법을 처음 제정할 당시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이번 개정안에 ‘성폭력은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 행위’임을 분명하게 정의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 집중 논의된 9개 개정안은 ▲여성 경찰관 수사전담 또는 동석 ▲피해자 신원 및 사생활 보호 ▲진술녹화제 대상 확대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 신문 의무화 ▲장애인에 대한 간음죄 ▲유사성교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부부강간죄 도입 ▲신뢰관계 있는 자 동석 의무 ▲성폭력방지센터 설치 등이다.

이미경 소장은 “2004년 말 발생한 밀양 집단 성폭력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의 성폭력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개정안들의 국회 통과가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친고죄 폐지에 대해 이 소장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하지만 피해자가 자신의 명예훼손과 관련해 최소한의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며 “원치 않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를 인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진수희 의원은 “아동 성폭력 피해자는 진술이 일정치 않아 진술 신빙성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이는 아동의 특성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순영 의원은 “법원의 들쭉날쭉한 낮은 형량과 지나친 정상 참작이 신고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며 성폭력 범죄 대응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안미영 정책관은 “유전자정보은행 설립, ‘전자감독제’(전자팔찌제)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전자팔찌제에 대해 “법 제정이 가져올 감시의 제도화가 특정 범죄 전력자의 범위를 넘어 인권 일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국가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상공개의 범위와 대상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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