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과 최연희가 남긴 교훈
이해찬과 최연희가 남긴 교훈
  •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 승인 2015.12.25 22:50
  • 수정 2015-12-25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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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이해찬 국무총리가 다른 날도 아닌 3·1절에, 그것도 철도파업 첫날에 마치 황제라도 된 듯이 대선 불법 자금, 주가 조작, 가격 담합 등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부적절한 인사들과 내기 골프를 쳤다. 참여정부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긴 이 총리는 결국 퇴출되었다. 한편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은 유력 언론기관 종사자들과의 부적절한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자 “음식점 주인인줄 알았다”고 황당한 말로 횡설수설하더니 급기야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잠적했다.

최 의원 거주 지역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범법자가 아닌 의원 개인 신상 문제로 공개 수배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붙었다. 이 총리와 최 의원이 보여준 이러한 해괴망측한 일탈 행위로 많은 국민의 마음속엔 참담함과 자괴감이 교차했다.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한 사람이 총리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국정을 책임졌다는 점과 사퇴는 했지만 여전히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참담함이다. 동시에 우리 국민이 이들을 선거에서 직접 뽑았다는 자괴감이다.

이들 두 사람이 최소한의 양식마저 저버린 채 국민을 우롱하듯이 사퇴는커녕 2주 이상을 버티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이들은 고위 공직자와 국민의 대표자인 의원이 무슨 기능을 해야 하는지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무지로 똘똘 뭉친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들은 국민보다는 자신들이 섬긴 주군의 심기만을 헤아리는 ‘신민’(subject)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대통령이 단군 이래 최대의 실세 총리라고 평가해주다 보니 이 총리에게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대통령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교만한 행보만을 일삼았다. 최 의원도 국민보다는 자신이 섬겼던 당 대표의 의중만을 헤아리고 있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러한 최 의원의 버티기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박근혜 대표로부터 “의원직 사퇴 여부는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다”는 보은까지 받았다.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재수가 없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안이한 도착 의식이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 정치의 비극은 이와 같이 무지와 교만, 비굴과 도착으로 무장된 고위 공직자와 의원들이 도처에 독버섯처럼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의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도 정치’가 이뤄진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명제다. 보다 시급한 것은 이러한 잘못된 인식들이 다시는 뿌리내릴 수 없도록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직자 윤리 강령을 내실화하고 국회윤리특위를 대폭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추상적이고 애매하게 규정된 윤리강령, 윤리 실천 규범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미국처럼 엄격한 윤리 기준 매뉴얼을 만들어 정치부패, 반사회적 행태를 차단해야 한다. 국회윤리특위를 독립적인 조사 기능을 갖춘 ‘윤리감사위’로 전환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윤리감사위는 의석 수와 상관없이 각 정당은 한 명의 대표만을 파견하고, 과반수 이상은 외부 인사로 충원하며 여성과 남성이 동수로 구성되어 여성 인권 관련 사안이 엄격히 다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윤리감사위의 결정이 이뤄진 후 개최되는 첫 본회의에서는 윤리 안건이 의무적으로 상정되도록 하고, 윤리감사위에서 결정된 사항은 특별한 이의 제기가 없는 경우 채택되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윤리감사위에서 공개 경고 등 3회 이상의 징계를 받은 경우, 의원직을 박탈하는 삼진아웃제도를 도입하고, 징계를 받은 의원들은 징계 시점부터 일정 기간 어떠한 국회직도 맡을 수 없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입법청원과 마찬가지로 일반 국민도 일정한 요건 아래 윤리감사위에 직접 징계 요구를 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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