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아이덴티티 ‘포기’…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다
‘법조인’ 아이덴티티 ‘포기’…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다
  • 박이은경 기자 pleun@
  • 승인 2006.03.10 11:53
  • 수정 2006-03-10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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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아름다운 세상, 새로운 정치에 기대감 높다” “박근혜 추미애 정치 여정에도 득 될 것”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3월 내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대세는 서울시장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대의명분 차원에선 당락 여부에 관계없이 여성정치와 한국정치 발전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 1위 고수에도 불구하고 ‘낙관할 수 없다’는 불투명한 전망, 개인적 측면에선 ‘법조인’의 아이덴티티가 ‘정치인’으로 필연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결정이라는 3가지 요소가 그의 출마를 둘러싼 대체적 의견들이다.



여성계 “호주제폐지와 성매매방지법 제정 일등 공신, ‘여성’ 대표후보로 손색없어”



일단 여성계는 출마 지지 분위기다. 호주제 폐지와 성매매방지법 제정이 강 전 장관의 조력 때문에 가능했다는 정서는 ‘여성’을 대표하는 서울시장 후보로 그를 주저없이 꼽게 한다. 강 전 장관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인 것도 여성계 인사들이다. 한 시사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스스로 밝혔듯이 지난 1월 4일 오후 2시 한명숙·조배숙 열린우리당 의원,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여성 인사들은 우리 같이 즐겁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당신이 역할을 좀 해달라고 강력히 권유했다. 현재 이들 여성 인사는 강 전 장관에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언론에 대해 “자유로운 개인인데 좀 지나치다”면서도 “그가 가장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여성운동과 시민운동의 성과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들은 소장판사 시절 국가보안법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법무부에서 조용하고 단호한 개혁을 이뤄낸 그의 이력을 들어 “내적 충실함과 내공이 깊다”며 그가 기존과는 다른 선거문화, 새 정치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데 기대감을 표한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강 전 장관과 보조를 같이 했던 김화중 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누구는 춤 잘 춘다고 빈정거리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춤 잘 추는 것을 포함해 뭐든지 잘 하는 21세기 이상적인 여성상”이라며 “무엇보다 차분하고 정확한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70년대 할렘으로 황폐한 뉴욕시를 현재의 멋진 도시로 탈바꿈시킨 주역도 당시 ‘여성’시장이었다”며 “강 전 장관이 여성과 서울시,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꼭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공동대표는 “정계에 진출하는 여성의 양적 증대에 이어 강 전 장관의 출마가 여성 정치인의 질적 향상 면에 있어 새로운 역할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은숙 여성정치연맹 총재 역시 “지자체 단체장에 여성이 드문 상황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강 전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에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쾌재를 부르고 싶다”고 말한다. 남윤인순 여성연합 상임대표는 “강 전 장관은 여성정책 면에서뿐만 아니라 전반적이고 종합적인 면에서 충분히 서울시장감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본인이 얼마만큼 서울시장 준비를 해왔느냐는 점을 짚어야 할 것 같고, 게다가 스스로 결정하기도 전에 언론과 주변에서 너무 압박해 들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한다.



정치학계, 여당의 낮은 지지율 ‘강금실’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당선 낙관 못해



반면 강 전 장관 출마에 대한 정치학자들의 셈은 좀 다르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워와 영향력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두 개념은 엄연히 다르다”며 “기존 정치인들은 파워는 가질 수 있으나 국민의 불신으로 사회적 영향력은 약하다”고 전제한다. 따라서 강 전 장관의 인기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신비주의’가 혼탁한 선거전을 거치면서 공격당하고 훼손될 수 있기에 그 결과로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엄태석 서원대 정치학과 교수는 “강 전 장관이 일단 법무부 장관으로 일차적 검증을 거쳤기에 지명도가 높고 리스크는 낮을 수 있으나 당선 여부는 결코 낙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과 상징적으로 동일시되는 부분이 있는데, 현재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라는 것. 여기에 ‘여성’이 반향을 일으키는 강점이 될 수도 있으나 본선에 돌입하면 일순간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강 전 장관이 일단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면 그가 당선되든 낙선하든 하나의 전형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시도 자체가 당을 초월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 가도, 추미애 전 의원의 성공적 복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본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강 전 장관에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경쟁보다는 당내 기존 남성 후보들과의 경쟁이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이는 “‘여성’때문이 아니라 ‘신인’이기에 영입 절차를 거치는 그로선 필히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한다. 당내에 “정당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신뢰감을 주기엔 다른 기존 후보들과 비교해 역부족이라는 것. 또 강 전 장관의 지지율에 대해서도 “개인인 강 전 장관에 대한 지지율과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올 때의 지지율 간에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고, 때문에 여권 후보로 나온다는 것이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는 강 전 장관이 3월 안에 출마를 결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가 출마를 안 한다고 하는 것은 곧 열린우리당에 이번 지방선거에 ‘바람’을 일으킬 것은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지 않겠느냐”며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출마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실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열린우리당 지지세력 “전략공천 30% 적용하면 경선 뛰어넘어…출마결심이 더 문제”



강 전 장관이 출마를 결심하면 우선 홍역을 치러야 하는 당내 경선 절차에 관해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출마만 결심한다면야 문제는 없다”고 낙관한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의 경선 잡음을 의식한 듯 “상당히 복잡하다”는 착잡한 심정을 피력하면서도 “당헌당규에 전략공천 30%가 이미 명시돼 있다. ‘강금실’이라 봐주자는 것이 아니라 당이 필요로 한다면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라는 의견이다. “강 전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기를 원하고 있고, 또 여러 번 권유했다”는 한명숙 의원 역시 “나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본인의 고민이 엄청나 지금으로선 뭐라 말하는 것이 시기상조다”며 일단은 출마 결심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나라당 중앙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순자 의원은 “당을 초월해 여성이 광역자치단체장에 나올 수 있을 정도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당락 여부를 떠나 참 기쁜 일”이라면서도 “서울시장 후보로 ‘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책결정 능력, 경륜과 덕목이다. 강 전 장관이 ‘여성’으로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을 짜기보다는 ‘정책’으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는 “강 전 장관이 서울시장에 출마해서 한나라당이 불안할 것은 없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서울시장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부시장감에 경쟁력 있는 여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현재 당내 서울시장 후보 모두 친여성적이기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이것이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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