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커졌어요

랜달 클레이저 감독의 ‘아이가 커졌어요’란 영화에서 ‘물체 확대기’ 개발에 여념 없는 아빠의 연구소에 따라간 두 살배기 아담은 실수로 아버지의 개발품인 레이저 총에 맞아 전선줄 곁을 지날 때마다 에너지를 받으며 무려 30m나 되는 거인이 된다. 아담의 원래 키를 60㎝라고 생각하면 50배가 커진 것이다. 비록 몸은 크지만 지적 수준은 두 살 갓난아기인지라 아담은 걸을 때마다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파괴하는 등 온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결국 아담의 엄마를 거인으로 만들어 아이를 잠재운 뒤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비과학적인 면은 아담이 인간, 즉 생물체이므로 전기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생물체는 외부에서 들어온 에너지들을 소화 등의 분해과정을 통해 획득한 뒤 일련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몸의 각 부분에 공급한다. 만약 화학반응 중 손상됐거나 노후돼 제 기능을 못하는 부분이 생기면 분해해 버리고 새 것으로 대체한다.

그러나 이러한 복합작용을 착오 없이 수행하는 생물체의 기본 구조는 놀랍게도 1에서 1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세포다. 모든 생물체는 한 개 또는 다수의 세포들로 구성돼 있고 모든 작용은 세포 부피를 둘러싸고 있는 표면적에 의해 가능하다. 그런데 세포의 크기가 너무 커져 신호가 이동해야 할 거리가 너무 길어지면 세포는 심한 손상을 입고 죽게 된다. 영화처럼 간단하게 생명체를 확대시킬 수 없다는 뜻으로, 이런 기계를 만든 과학자는 노벨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더구나 거대한 괴물이나 거인이 존재하려면 골치 아픈 생체조직의 역학적 문제도 말끔하게 해결해야 한다. 영화에서 산업폐기물이나 방사능에 오염돼 거미나 개미들이 인간보다 크게 나오는데 이들이 영화에서처럼 커지려면 최소한의 구조적 법칙을 따라야 한다. 일반 개미를 1㎝로 가정하고 방사능에 의해 커진 거대한 개미의 크기를 인간보다 약간 큰 2m라고 하자. 근육과 뼈의 세기는 단면적에 비례하므로 그 세기는 생물체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며, 생물체의 무게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개미의 세기가 뼈를 가진 일반 동물과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개미의 세기는 원래보다 4만 배에 이른다. 더욱이 거대한 개미의 무게는 원래 1㎝ 길이의 개미보다 800만 배 더 무겁다.

‘아이가 커졌어요’에서는 아담을 원래보다 무려 50배로 커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체중은 50배가 아니라 50×50×50배, 즉 12만5000배가 된다. 그의 몸무게는 황소에 비해 무려 6250배나 되며 5t 코끼리에 비해도 500배이다. 이쯤 되면 아담은 괴물로 변하지 않을 수 없지만 과학적인 모순에도 불구하고 아담을 영화에서처럼 몸이 커지는 아이로 만들고 엄마도 거인으로 만드는 단안이 영화를 흥행에 성공하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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