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딸과 초등학교 6학년의 아들을 둔 나는 아직도 학과 공부를 위한 학원비가 매우 아깝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학원이나 과외를 하는 연령은 무슨 경쟁하듯 점점 낮아지고 액수는 터무니없이 오르고 아이들과 엄마들은 점점 바빠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 많은 사교육비를 어떻게 충당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도나도 많이들 보내고 있어 교육비 걱정하는 나는 상대적 빈곤감마저 든다.

난 그럴 돈 있으면 모았다가 여행시켜 주는 게 낫지 하며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공부하게 했고 나와 남편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은 가르치려 애를 썼다. 사교육비도 아깝고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 뜻을 잘 따라 주던 딸아이는 언제부터인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해 뒤진 것은 아닐까, 엄마를 믿고 있다가 큰일나지 않을까 몹시 불안해했다. 그러고는 결국 학원에 다니게 해달라고 했다.

한번 다녀 보겠다는데 못 다니게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적당한 학원을 직접 알아보게 했다. 딸아이가 찾은 학원은 겨울방학 5주 동안 영어 토플 시험 준비를 해 주는데 하루 3시간 30분씩에 65만 원이고 책값이 5만 원이나 했다. 난 그 가격에 무척 놀랐지만 다른 학원도 모두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한번 다녀보라고 했다. 딸아이가 기대하는 만큼, 비싼 가격만큼 좋은 수업이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얼마 시간이 지난 뒤 난 딸아이에게 물었다.

“엄마와 같이 인터넷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니?”

“선생님들이 엄마보다 실력이 더 좋기는 한데…” 뒷말을 흐린다.

난 아이가 비싼 학원비 때문에 차마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은 못하는 걸 알 수 있었다. 2주쯤 후에 다시 물어보니 솔직히 기대에 못 미치는 게 많다고 했다. 선생님이 수업에 늦게 들어오는 것은 보통이고 수업 중에 프린트나 책을 가지러 나가기도 여러번,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흐트러졌단다. 광고한 것과 차이가 많다고 했다.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지’라고 생각했지만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돈 70만 원이 어디 적은 돈인가.

나는 학원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 사항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 덕에 수업시간을 엄수하고 준비를 더 철저히 해 눈에 드러나는 부분은 시정되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역시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5주가 끝났다. 5주가 끝나고 학원에서 준 성적표를 자랑스레 보여주며 딸은 말했다.

“엄마, 나 학원병 고쳤어요. 제가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결국 제가 해야죠 뭐. 그런데 엄마 다른 학생들 보니까 또 다른 학원에 가던데요. 어떻게 그 돈을 다 낼 수 있을까요? 다른 아이들은 학원비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요. 쉽게 결석하고 열심히 안 하는 걸 보면. 다른 학원에 또 가면 혼자 공부할 시간이 없을 텐데…난 그 애들이 불쌍해요.”

딸에게 잠시 미안했던 마음이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내 방법이 언제까지 지켜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2006년은 내 방식을 고수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고맙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그림을 그려본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일을 시작한 딸이 “엄마가 옳았어요” 라고 말해주는 그림을. 내 기대가 지나친가? 아마 “엄마 때문에 망했어요!” 라는 말만 안 들어도 다행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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